[가상화폐거래소 빅5/下] 신사업 목마른 지방은행,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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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행-고팍스' 시너지에 촉각···후발주자 늘어날 수도
4대 거래소, 실명계좌 재연장 때 리스크 해소 기대감↑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전북은행이 고팍스와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도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는 대목이다. 중소 거래소와의 실명계좌 제휴에 은행들이 망설이는 가운데, 케이뱅크처럼 거래소 제휴 효과를 톡톡히 본다면 지방은행 중심의 시장 진출까지 예상된다.

일정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지역 경기 부진, 빅테크의 공습 등 위기감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런 시각에 힘이 싣는 것은 최근 지방은행들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으나, 갈수록 속도가 붙는 금융의 디지털화는 지방은행의 위기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명계좌 발급을 통한 고객 유입은 지방은행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적잖다. 거래소와 제휴하는 방안이 지방은행의 부족한 디지털경쟁력 또한 보완해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은 디지털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핀테크·빅테크와 제휴 및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제휴를 강화한 후 자체적으로 디지털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전북은행이 고팍스에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한 것 역시 같은 고민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북은행과 고팍스는 양사 간 제휴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적인 예로 고팍스는 원화마켓 전환에 필요한 티켓을 얻고, 전북은행의 경우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자금세탁 문제나 해킹 리스크를 함께 져야 한다는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다.

케이뱅크 을지로 사옥과 변경된 CI 로고 (사진=케이뱅크)
케이뱅크. (사진=케이뱅크)

특히 은행 입장에선 신규 고객 창출과 수신 증가가 가장 기대되는 지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제휴효과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가입자 수는 2020년 말 219만명에서 지난해 말 717만명까지 늘었으며, 지난해 순이익 224억원을 거두면서 출범 후 첫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비이자이익은 196억원으로, 전년 102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는데, 업비트와의 제휴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 영향이 가장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 신한은행(코빗)도 실명계좌 제휴를 통해 효과를 보고 있다. 케이뱅크처럼 많은 수수료를 얻지 못했으나, 신규 가입자 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바 있다. 향후 전북은행이 거둘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가 예측한 것보다 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면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행 사례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중소 거래소뿐 아니라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도 '전북은행-고팍스'의 시너지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는 눈치다. 거래소 제휴를 검토하는 곳이 늘어날수록 실명계좌 발급 연장 불안감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실명계좌를 확보했더라도 주기적으로 재계약이 이뤄져야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구조다. 은행의 결정에 따라 거래소의 사업 지속 여부가 결정되지만, 시장에 발을 들이는 은행이 많아질 경우 한 은행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차선책이 생기는 것.

업계 관계자는 "전북은행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경우 중소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에 더해 기존 거래소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지방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이 제휴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면 하나의 은행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돼 어느 정도 실명계좌 관련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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