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감 강조한 '재계 신사' 고(故) 구자홍 LS 초대 회장
소통·공감 강조한 '재계 신사' 고(故) 구자홍 LS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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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자홍 회장 (사진=LS그룹)
고(故) 구자홍 회장 (사진=LS그룹)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맨 뒷페이지가 제일 재미있습니다."

고(故) 구자홍 LS그룹 초대회장의 말이다. 구 회장이 사보 제작에 '진심'이라는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다들 온라인으로 발간하거나 아예 폐지할 때 구 회장은 꿋꿋하게 종이 사보를 발간하도록 지원했다. 

사보 내용도 경영진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보단 직원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했고, 내 옆 동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구 회장이 가장 재미있다고 언급한 마지막 페이지에는 곽백수 작가가 동제련기업을 다룬 만화 '카퍼필툰'이 연재됐다. 직원들 자신의 이야기인만큼 이해와 공감을 끌어냈다.

그는 종이 사보를 통해 직원들 사이에 소통과 공감, 배려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직원들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회사생활의 극히 일부일 뿐인 사보에 직접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의견을 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보 하나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구 회장은 온화한 인품으로 직원과의 공감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 '신사'다운 경영인이었다.

실제로 구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에 대한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에 초점을 맞춰 공장 입구에 서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인사했다"며 "한 2년 쯤 지나니까 경영진의 마음을 받아들이더라"며 본인의 경험담을 전한 바 있다.

그래서였을까 LS니꼬동제련은 30년 넘게 노사간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와 직원들간 믿음 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경영진과 직원을 뜻하는 한자어도 부릴 사(使)가 아닌 경영진의 경(經)을 사용해 노경(努經)이라는 단어를 쓴다.

또 임직원들에게 평소 얘기했던 "기업이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정이 좋지 않거나 비윤리적이어서는 안된다"는 당부를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듯 2014년 약 50억원의 사재를 출연, 원전 불량 케이블 납품 사건을 일으킨 JS전선을 상장폐지했다.

그는 LS그룹을 이끌면서 '작더라도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소외계층 지원활동과 지역사회 지원, 환경보호 활동, 글로벌 지원활동 등도 진행했다.

그의 행보는 재계에도 화두를 던졌다. 그간 재계에서 막대한 재산을 두고 흔히 벌어졌던 'XX의 난'이 LS그룹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 

구자홍 회장은 2013년 사촌인 구자열 전 LS그룹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주면서 '사촌경영'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해 구자열 전 회장이 구자은 현 회장에게 다시 그룹을 물려주면서 LS그룹의 전통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 차례의 잡음도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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