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학력 대신 오직 실력만"···엔픽셀, 블라인드 면접 '눈길'
"나이·학력 대신 오직 실력만"···엔픽셀, 블라인드 면접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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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게임사들이 역량 있는 개발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초 국내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봉 인상 릴레이 역시 인재 확보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차선책으로 '복지' 및 '기업문화' 등을 내세우며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지원자들의 실력만 보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 방식까지 등장했다. 지원자들은 이력서 대신 기업이 제시한 사전 과제만으로 서류 전형을 대신하고, 면접까지 이어진다.

엔픽셀 블라인드 면접 시 주의사항이 안내돼 있다. (사진=엔픽셀)
엔픽셀 블라인드 면접 시 주의사항이 안내돼 있다. (사진=엔픽셀)

◇이력서, 자기소개서 대신 '오직 실력만 봅니다'

엔픽셀은 지난 11월 진행된 자사의 첫 번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서류전형 없이 오직 실력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서류전형을 생략했다.

지원자는 회사와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보(이름, 이메일 주소)만으로 서류 접수가 이뤄진 셈이다.

지원자들의 서류 전형을 대신해 회사가 채용 중인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프로젝트 매니저(PM) 등 네 가지 직군에 대한 사전 과제를 통해 합격 여부가 결정되고 합격자들은 면접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흔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조차 없이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프로젝트 매니저(PM) 등 네 가지 직군에서 지원자의 역량만 보는 것이 가능할까?

엔픽셀 채용담당자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더 다양한 지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실력이라는 본질을 보고자 서류전형 생략에 이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게 됐다"고 답했다.

엔픽셀 신입공채 지원자가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엔픽셀)
엔픽셀 신입공채 지원자가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엔픽셀)

◇이름, 학력 등 배경 없으니 지원자의 '역량'이 보인다

"본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이름, 나이, 학력 등 배경에 대해 질문하지 않으며, 지원자 분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엔픽셀의 블라인드 면접에서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주의사항이다. 지원자는 이름 대신 열 자리의 일련번호를 부여 받으며, 면접 전형에 앞서 제출한 포트폴리오 및 코딩 테스트 결과를 제외하면 면접관은 지원자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알지 못하고 지원자 역시 자신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된다.

지원자의 학력, 출신 등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해 사전에 제출한 포트폴리오 및 코딩 테스트결과를 기반으로 게임 개발과정에 대한 이해도, 조직 구성원간의 협업 사례 등 실제 업무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역량에 대한 질문들로 면접 시간이 채워진다. 배경, 출신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에 지원자들은 위축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블라인드 면접의 핵심이다.

지원자들은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에 대해 호평을 전했다. 한 지원자는 "학력이나 출신 등 배경을 보지 않고 실력만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에 관심이 생겨 지원하게 됐다"며 "실제 면접 과정에서도 배경보다 내가 가진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면접에 대해 면접관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 면접관은 "주제에서 엇나가는 일이 없이 지원자의 역량이라는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며 "보다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가진 지원자들을 만날 수 있어 이후에도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채용 과정의 수월함보다 중요한 것은 '숨은 인재' 발굴

엔픽셀은 2017년 9월 설립된 게임 개발사로, 올해 초 자사의 첫 프로젝트 '그랑사가'를 선보이는 등 비교적 짧은 업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신생 개발사로서 독특한 '승부수'로 지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자 했다는 것이 엔픽셀 채용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초적인 정보조차 없이 포트폴리오와 코딩 테스트 결과 만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의 첫 신입공채 지원자는 약 1500명 규모로 면접관과 채용팀의 입장에서는 수백 개에 달하는 지원자들의 포트폴리오 및 코딩 테스트 결과 등 과제를 면밀히 검토해야한다. 일반적인 채용 절차에 비해 보다 오랜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고, 면접관 입장에선 업무와 채용을 병행하는 부담이 커지는 등 회사 차원에서도 적잖은 모험인 셈이다.

그럼에도 서류전형을 생략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결정한 데에는 '공정한 환경에서 역량과 가능성 있는 인재를 채용한다'는 회사의 채용 철학이 담겨 있다. 

일반적인 채용절차처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의 보충 자료를 받으면 채용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기존의 방식으로는 학력이나 출신에 가려진 이른바 '숨겨진 픽셀'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엔픽셀의 채용담당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엔픽셀의 첫 번째 신입공채에서는 게임 개발을 전공하거나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았지만,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개발에 대해 공부하거나 외국인 신분으로 채용에 응하는 등 환경이나 배경에 구애 받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은 지원자들이 눈에 띈다.

엔픽셀 채용담당자는 "경력 등 배경에 대해 소개할 것이 적은 신입사원의 입장에서 기존 채용 방식으로는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오직 실력으로'라는 채용 철학 아래 배경에 관계 없이 역량 있는 인재들을 모으고자 이런 채용 방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엔픽셀에서 개발 중인 차기작 '크로노 오디세이' (사진=엔픽셀)
엔픽셀에서 개발 중인 차기작 '크로노 오디세이' (사진=엔픽셀)

◇'숨은 픽셀' 발굴해 내년 성장동력 보탠다

한편 엔픽셀은 자사의 신입공채 1차 면접전형 일정을 마무리했으며 합격자는 내년 1월 정규직으로 입사 후 사내 교육 기간을 거쳐 업무 적성 등을 고려해 프로젝트별로 배치될 예정이다. 서류전형 생략, 블라인드 면접에 대한 면접관과 지원자의 반응이 모두 긍정적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공정환 환경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엔픽셀이 발굴해낸 '숨은 픽셀'들은 내년 회사의 성장동력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전망된다. 첫 프로젝트 그랑사가는 지난 11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일본에 출시, 현지 게이머들로부터 그래픽과 게임성에 대해 호평을 받으며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으며 두 번째 프로젝트 '크로노 오디세이'는 2022년 공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수의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 개발 중인 가운데 독특한 인재 채용 철학으로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한 엔픽셀의 2022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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