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재추진' 교보생명, 3년 묵은 사법 리스크 '마침표' 찍나
'IPO 재추진' 교보생명, 3년 묵은 사법 리스크 '마침표'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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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IPO 예비심사 청구···내년 2월말 통과 여부 결정 전망
2월 풋옵션 분쟁 1심 선고 '주목'···"IPO 운명 가르는 변곡점"
업계 "사법리스크 해소·미래가치 제고 전략 함께 구사할 듯"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교보생명이 21일 한국거래소에 기업공개를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다.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의 기업 가치평가 조작 여부를 둘러싼 1심 판결이 내년 2월로 정해지면서, 교보생명이 재추진하고 있는 기업공개(IPO)의 걸림돌인 '사법 리스크'를 3년 만에 털어내고 이를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보생명은 한국거래소에 IPO를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다고 이날 밝혔다. 교보생명이 IPO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대형 공모주의 증시 입성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생보업계 빅3 중 마지막 대어라는 점, 저금리 기조를 벗어났다는 점,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기회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금투업계가 제시한 교보생명의 예상 기업가치는 약 3~4조원에 이른다.

거래소의 통상적인 상장 심사 기간이 약 2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심사 지연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교보생명은 내년 2월 말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심사 지연 사유' 혹은 '심사 탈락 사유' 존재 여부다.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는 경우 상장이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보생명은 기업 가치평가 조작 여부를 놓고 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진실 공방을 벌여왔다. 특히 9차까지 이어진 공판에서 풋옵션 가격산정 과정에서 부정 공모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안진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와 FI 임직원 기소된 배경에는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 평가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등 부정 공모를 했다는 혐의가 작용해서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피고인들 중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2명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2670만원을 구형했다. 또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과 계산업무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1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사는 이날 공판에서 "회계사들이 사모펀드들과 공모해 허위로 보고서 작성하는 것 등은 관행이라는 말로 무마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업무가 위축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FI 측 변호사도 이메일 및 문건 등을 통해 안진이 평가방법·인자·금액을 결정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법리적으로도 허위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맞불을 놨다. 피고인들은 부정 공모 혐의에 대해 무죄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 간 공방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면서,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받았다.

이후 교보생명이 IPO를 진행하지 않자 지난 2018년 10월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갈등이 점화됐다. 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에 기업가치평가를 의뢰했는데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을 40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와 안진이 공모해 가격을 부풀렸다며 주당 20만원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고, 이는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검찰이 기소한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에 대한 1심 판결선고기일은 내년 2월10일로 예정됐다. 예비심사 통과 시점으로 전망되는 2월 말보다 1심 판결이 앞서 나오게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이 판결을 교보생명의 운명을 가를 변곡점으로 보는 이유다.

일단 교보생명이 판결에서 승리하게 되면 지난하게 이어져온 사법 리스크에 마침내 마침표가 찍힐 전망이다. 만약 풋옵션 가격산정 과정에서 부정공모가 인정되면 'IPO'와 '풋옵션 가격산정' 등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 앞에 놓인 숙제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ICC 중재판정부가 풋옵션 행사 가격에 대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풋옵션 권리는 인정하면서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1심에서 승리하는 쪽이 현재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가압류 취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신 회장은 IPO 추진 공식 발표 전에 어피너티 측이 신청한 '주식 가압류'에 취소신청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PO 추진이 교보생명의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FI와 분쟁을 마무리짓는 가장 깔끔한 방법은 IPO 성공을 통한 FI의 엑시트인 것 같다"며 "오는 2023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생보사 부채 증가에 따른 회계충격이 예상된다는 점도 교보생명이 IPO 추진을 성공시켜야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ICC 중재판정부의 판결을 통해 판정승을 받은 교보생명이지만 국내에서도 사법 리스크를 제거해야 IPO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IPO 자금을 마이데이터, 헬스케어 등의 신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만큼, 디지털 전환 등 미래가치를 높이는 전략과 사법 리스크 해소 전략을 함께 구사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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