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 '비대면 주담대' 개점휴업 왜?···규제 '눈치보기'
혁신금융 '비대면 주담대' 개점휴업 왜?···규제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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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 관련 상품 출시
당국 대출관리 기조 탓에 홍보·취급 자제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노력에 힘입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가계대출 규제로 적극 안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출상품을 홍보하는 것이 자칫 금융당국의 대출관리 기조를 거스르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다.

비대면 주담대의 경우 직접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은 상품이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정작 혜택이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 가운데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이 영업점을 일절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100% 비대면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신한은행이 담보물건을 아파트 외 연립·다세대 등까지 대폭 확대한 비대면 주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100% 비대면 주담대는 지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으로 여겨졌다. 통상 주담대는 세대주·세대원 파악, 담보물건 확인, 각종 증명서 제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100%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등기 등 은행이 직접 수집하기 어려운 서류들도 있어 비대면으로 주담대를 신청했더라도 최소 한 번은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디지털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은행권도 100% 비대면이 가능한 주담대를 목표로 내걸고 여건 조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등기소와 연계해 전자등기를 은행이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비대면 업무 과정에서 고객의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는 전자상환위임장을 개발했다.

이후 올해 들어 본격적인 비대면 주담대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은행 플랫폼에서 비대면으로 주담대를 신청하면 관련 서류를 은행이 자동으로 스크래핑(데이터 수집)해, 고객이 번거롭게 따로 서류를 떼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비대면 주담대는 영업점 방문 없이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한 만큼 고객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킨 '혁신상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규제에 막히면서 정작 고객은 혁신상품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현재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예정됐던 주담대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현재 주담대를 취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은 갖춰진 상태지만 대출규제와 관련한 시장 상황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5~6%대)에 맞춰 대출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상황에서 비대면 주담대 홍보에 따른 대출쏠림 현상도 은행권에선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실제 지난달 말 열린 신한금융지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허영택 부사장은 "비대면 주담대를 출시하고도 적극 홍보를 할 수 없었다"며 "가계부채 이슈가 있는데 홍보에 따른 쏠림현상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문의가 들어올 경우 안내를 하고 있지만 은행이 나서서 상품을 홍보하게 되면 가계대출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수 있어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총량 규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홍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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