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LG전자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신가전을 내세워 역대급 실적을 냈다. 지난해 4분기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3조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집콕' 수요 증가로 LG전자의 주력인 생활가전과 TV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8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3조1918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1.5% 증가한 63조2638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매출 60조원 돌파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신기록을 나란히 썼다. 매출의 경우 종전 최대인 2019년 기록(62조306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영업이익 역시 종전 2018년의 2조7033억원을 경신했다. 특히 LG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4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64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5.6% 늘었다. 이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한 18조7826억원이었다. 매출액은 분기 사상 역대 최대이며, 영업이익은 역대 4분기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이 같은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인 17조8800억원대를 크게 웃돌았으며, 영업이익도 컨센서스(6200억원대)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활가전(H&A)이 LG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연간으로 2조3000억원 안팎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본래 4분기는 연말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의 영향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며 영업이익이 좋지 않은 편인데 이례적인 기록이다. 코로나 펜트업(억눌린) 수요 폭발과 함께 스타일러(의류건조기)와 건조기·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프리미엄 신가전 판매 호조 영향으로 보인다. 

TV 부문도 지난해 중반기 이후 침체됐던 수요가 살아나며 반등했다. 2019년에 다소 부진했지만 지난해 4분기 매출이 8분기 만에 4조원을 회복하는 등 올레드(OLED) 등 TV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면서 실적 향상에 보탬이 됐다.

LG전자는 지난해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비롯해 공간 인테리어 가전 브랜드 'LG 오브제 컬렉션(LG Objet Collection)'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신제품도 공개한 바 있다. 

모바일(MC)은 4분기 들어 부진했으나 전장사업(VS) 부문은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적자폭이 감소했다.

증권가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한 해 호실적을 거둔 LG전자의 올해 실적은 이보다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집콕 수요 증가에 따른 프리미엄 가전과 TV 수요가 계속해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LG전자가 미래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VS사업본부의 약진이 주목된다. 올해 3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해 또 하나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LG전자의 전장사업부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파워트레인 부문의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공개하면서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했다.

한편 잠정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의거한 예상치다. 연결기준 순이익과 사업본부별 실적은 이달 말 예정된 실적설명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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