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생존 전략' 새로 짰다···'사람 중심·조직 축소·디지털'
은행권 '생존 전략' 새로 짰다···'사람 중심·조직 축소·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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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조직개편 마무리
바뀐 트렌드에 '대대적인 수술'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성장·저금리' 등 리스크에 시달리는 은행권이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며 생존 전략을 새롭게 짰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비대면 채널 확대 영향으로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대신 '디지털화'에 방점을 뒀다.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가 하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디지털금융에 대한 은행권의 집중도가 한층 높아진 모양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3개 사업그룹을 줄이고 임원 수를 감축하는 등 조직을 대폭 슬림화했다. 개인그룹과 기관그룹을 '개인·기관그룹'으로 통합하고 산하에 부동산금융단을 뒀으며, 기업그룹과 중소기업그룹은 '기업그룹'으로 합친 후 산하에 외환사업단을 배치했다. 또 HR그룹과 업무지원그룹도 '경영지원그룹'으로 신설·통합해 조직 효율성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임원 수는 3명 축소됐다. '작고 강한 조직'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우리금융지주와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심플·스피드·스마트'를 원칙으로 한 '3S'를 기반으로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기존 18그룹·1연구소·19본부 체계를 15그룹·1연구소·17본부(단)으로 줄이는 한편, 일하는 방식을 팀 중심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부서 중심의 업무체계였다면 내년부터는 팀리더에게 전결권을 주고 실무자가 능동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했다. 기존 부서는 역할을 축소해 공통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섹션으로 변경된다. 의사결정 단계를 '팀 리더-임원-최고경영자(CEO)'로 간소화하면서 효율 중심의 수평적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시도다.

신한은행도 수평적 소통을 위해 기존 부행장-부행장보-상무 등 3단계로 운영되던 경영진 직위 체계를 부행장-상무 등 2단계로 축소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기존 17그룹·19본부·103부·16개 지역영업그룹에서 15그룹·23본부·113부·13개 지역영업그룹으로 체제로 전환했다. 조직을 이끄는 그룹을 2개 줄이고, 본부와 부서는 각각 4개, 10개씩 늘려 세분화한 점이 특징이다.

◇ 조직 간소화 대신 '디지털' 초점···소비자 보호도

은행권은 수술대 위에 오른 조직을 간소화하는 대신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을 실었다. 디지털 금융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향후 은행의 생존이 갈릴 것이라는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국민은행이 사업조직(Biz)과 기술조직(Tech)이 함께 일하는 25개 플랫폼 조직을 꾸린 것이 단적인 예다. 플랫폼 조직은 기획·개발·운영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데브옵스(DevOps·개발과 운영의 합성어)'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들 플랫폼을 고객 접점에 있는 사업그룹(8개 부문)에 각각 편재해, 과거 단일조직(디지털금융그룹) 중심으로 추진했던 디지털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행 차원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인공지능(AI), 마이데이터, 빅데이터, R&D 등 4개 부문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디지털 혁신단을 만든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지주와도 발맞춘다.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자 그룹 내 빅데이터부문이 새로 생기는데, 최근 신한은행에 영입된 김혜주 상무가 지주·은행을 겸직하는 빅데이터부문장(CBO)로 선임돼 빅데이터 전략 수립과 공동사업 발굴을 맡을 예정이다. 디지털 혁신단에서는 김혜주 상무와 함께 외부에서 수혈된 인공지능·빅데이터 전문가 김준환 상무가 힘을 보탠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영업·디지털그룹을 신설해 디지털 혁신과 영업의 연계성을 높이기로 했다. 대면뿐 아니라 비대면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은행은 '소비자 보호'에도 주안점을 뒀다.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한 것. 이는 시중은행 중에서는 처음이다. 소비자 보호와 소비자 만족을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복안으로, 그룹장은 외부에서 영입한 여성 전문 임원이 맡는다. 이인영 그룹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시니어 변호사 출신으로 SC제일은행 리테일금융 법무국 이사 등을 거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더 이상 '이자장사'가 어려워진 데다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조직 슬림화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면서 "빅테크사와의 경쟁이 디지털 전환의 압박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디지털 혁신을 중심으로 조직을 추리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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