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사업 구조가 대대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S-OIL), 대한유화 등 울산산단의 핵심 플레이어 3사가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위한 본 컨설팅에 공식 착수하면서,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재편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요구한 사업재편안 제출 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대한유화 등 울산 소재 석유화학 3사는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손을 잡고 사업재편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BCG가 이미 관련 사안을 자율 컨설팅 형태로 검토해온 만큼 결과 도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전 윤곽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용역의 핵심 과제는 납사분해공정(NCC) 감축과 이에 따른 각 사별 손익·시장 영향 분석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은 공급 과잉과 중국 중심의 저가 공급 확대가 맞물리며 구조적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 초부터 ‘설비 효율화’를 석화산업 체질 개선의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BCG는 이에 따라 △3사 기존 설비의 경제성 △투자·공정 효율성 △수직계열화 수준 △향후 경쟁력 지표 △시황 변화에 따른 손익 민감도 등을 종합 분석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증권가 한 관계자는 "NCC 감축은 불가피하지만 어느 회사가 얼마나 감축할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에 따라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갈린다"며 "이번 용역은 단순 컨설팅이 아니라 재편의 '기준안'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사는 그동안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조정안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왔다.

에쓰오일은 이미 수조원대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정유-석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기술 효율이 높은 TC2C 공정은 기존 설비 대비 수율이 높아 정부의 '효율성 제고' 정책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자체 투자와 공정 경쟁력에서 앞선 만큼, "우리가 감축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SK에너지와의 수직계열화로 안정적 원재료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최근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신성장동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재편 과정에서도 효율과 연계성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기조다.

대한유화는 NCC보다 수익성이 높은 스페셜티 제품(고부가 화학소재) 비중이 커 강점이 뚜렷하다. 생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아 "감축의 1순위는 아니다"라는 논리로 맞서왔다.

이처럼 각 사가 주장하는 '효율성' 기준이 서로 다른 만큼 사업재편을 위한 단일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BCG가 3사의 관련 용역을 맡은 만큼 사실상의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3사는 BCG의 컨설팅 결과를 기반으로 '자사 전략 보완 → 공동 재편안 마련 → 최종 조율' 순으로 재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최근 산업 구조 개편의 속도를 강조해온 만큼, 3사가 제출하는 재편안은 향후 정책 방향과 직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컨설팅으로 3사의 '재편안 단일화' 가능성도 점친다. 3사 모두 독자적으로 준비한 재편안을 BCG 분석을 통해 보완한 후, 공통분모를 찾는 방식으로 사업재편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누가 감축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단일 재편안이 나오더라도 각 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최종 조율까지는 상당한 이해관계 조정이 요구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번 컨설팅 착수는 울산산단 석화 재편의 본격 출발점이라는 데 업계 의견이 모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방향성에 산업계가 대응하기 시작했고, 3사의 경쟁·협력 관계도 새 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BCG의 분석 결과는 울산산단뿐 아니라 국내 석화산업 전반의 설비 재배치·투자 방향·경쟁력 전략을 좌우하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내달 중순 결과가 나오면 사업재편의 큰 틀이 잡히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번 재편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향후 10년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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