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서린사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서린사옥.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SK그룹이 지난달 30일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AI·반도체·그린에너지 등 미래성장 축을 중심으로 한 성과형 인사 구조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최태원 회장의 '딥체인지 2.0' 비전이 한층 구체화된 것이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주력사 CEO 세대교체 △핵심 사업군 중심 전문경영 체계 강화 △지속가능 성장 모델 구축이다. 최 회장은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딥테크(Deep Tech)'와 '그린(Green)'으로 압축하고, 각 계열사에 혁신과 책임 경영을 요구했다.

◇ 딥테크·AI·그린 ‘3대 축’ 중심 인사 =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CEO 세대교체다.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에 50대 초중반의 경영자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R&D·생산 라인 출신의 전문 인력을 전면에 배치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탄소중립·배터리 중심의 '그린 포트폴리오' 전환에 맞춰 친환경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중용했다. 

이는 최 회장이 강조해 온 경영진의 '자율과 책임' 원칙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신호로 풀이된다. 실제로 SK는 2025년 인사를 통해 각 사의 CEO에게 성과·리스크 관리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룹 컨트롤타워가 아닌, 각 계열사 중심의 책임 경영 구조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올해 사장단 인사를 통해 '딥체인지 2.0'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딥테크, AI, 그린을 3대 축으로 삼아 성장과 성과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고 해석해서다. 

실제 그룹 내 주요 ICT 관련 기업들의 CEO들이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대거 교체됐다. 딥테크 기반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SK하이닉스·SK스퀘어는 공동으로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AI 인프라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기술·데이터 융합형 인재가 대거 승진 명단에 올랐다.

정재헌 SKT 신임 CEO가 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T)
정재헌 SKT 신임 CEO가 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T)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 선임은 '그린 사업의 수익화'를 위한 신호탄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수소·재생에너지·탄소저감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ESG 관련 사업부문 책임자들이 승진하며, ‘그린 비즈니스’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수익 구조 전환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으로 지주사인 SK㈜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형 지주회사 체제의 고도화다. SK㈜는 지주사 본연의 투자·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강화하며, AI·바이오·신소재 등 고위험·고수익 분야 중심의 전략 투자 인력을 확충했다.

◇ '딥체인지 2.0'의 실험대···성과 검증 본격화 = 이번 인사는 SK그룹이 '딥체인지 1.0(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넘어 '2.0'(지속 성장형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적 지점에서 단행됐다. 특히 올해는 SK온의 수익성 회복,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시장 대응,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전환 등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최태원식 경영 철학이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SK는 올해 초부터 경영평가 시스템을 개편, 단순 매출 중심이 아닌 '사회적 가치+재무 성과' 복합지표를 도입했다. 이로써 CEO 평가의 기준은 '단기 실적'에서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로 옮겨가고 있다.

또한 SK그룹은 이번 사장단 인사 이후 그룹 운영에서도 지주 중심의 관리체계 강화하는 동시에 계열사 CEO 자율성 확대라는 이중 구조를 병행할 예정이다. 그룹 내 한 임원은 "최 회장이 말한 지속성장은 곧 책임의 다른 이름"이라며 "성과가 검증되지 않으면 자리도 없다"는 긴장감이 감돈다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SK 인사는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AI·그린 중심의 산업 전환 속에서 SK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실행형 리더십 실험에 돌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경북 경주시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열린 ‘퓨처테크포럼 AI’에서 ‘AI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경북 경주시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열린 ‘퓨처테크포럼 AI’에서 ‘AI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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