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쌀을 할인한다는 내용의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쌀을 할인한다는 내용의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부가 농산물 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추진한 할인 지원사업이 대형 유통업체 배만 불리고 실질적인 효과는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함께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림축산식품부 정기감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20년 7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농식품부의 농산물 할인사업을 점검한 결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인 행사 직전에 가격을 올린 뒤 할인 행사로 포장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조사된 6개 대형 유통업체의 313개 품목 중 132개가 행사 직전 가격을 올렸고, 이 중 45개 품목은 20% 이상 인상 후 할인하는 '꼼수 할인'을 했다.

특히 농식품부가 이러한 가격 조작 정황을 2023년 9월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한 사실도 드러나 공분을 샀다. 이에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유통업체의 가격 인상 후 할인 행사를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통보했다.

아울러, 농식품부가 할인 지원 대상을 대형마트 중심으로 한정하고 중소 유통업체는 배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3년 2월부터 5월까지 대형마트에만 33억8000만원의 할인지원금을 지급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119억원 규모의 대형마트 전용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는 아예 제외됐다.

감사원은 "중소업체를 배제한 채 대형업체만을 위한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또한 할인 품목 선정 기준이 가격 상승률에만 치중해 소비자 지출 비중이 큰 오이, 대파, 마늘 등 실질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품목들이 제외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에 따라 할인 지원 사업이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할인 행사와 별도로, 지난해 여름 배춧값 급등 사태에서는 정부의 수급 조절 실패가 가격 불안정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비축한 봄배추 9000톤 중 가격이 안정적이던 7월과 8월 초에 4169톤을 조기 방출해 9월 급등기에는 물량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10kg당 배추 가격이 4만1483원까지 치솟았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배추 가격 전망 과정에서 저장업체의 저장량과 출하 시기를 조사하지 않아 가격 예측에 40% 가까운 오차를 냈다. 최근 3년간 여름철 배추 가격 전망 오차율은 최대 48%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농경연 원장에게 농업 관측 업무 강화를 지시했다.

이번 감사는 농식품부의 농산물 가격 안정 정책과 농지관리 업무의 실효성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5일간 진행됐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와 aT, 농촌경제연구원에 각각 △유통업체 가격 조작 방지 모니터링 체계 구축 △중소유통업체 배제 금지 △비축물량 조기 방출 금지 △저장업체 조사 없는 가격 전망 금지 등의 개선책을 요구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