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더현대 서울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지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 혁신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공간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재정의된 '더현대'는 내수 침체, 백화점 양극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리테일 모델로 주목받으며, 국내외 유통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1972년생인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맏손자로서, 1996년 현대백화점 입사 후 2007년 회장에 올랐다. 2023년 단일 지주사 체제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출범시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했고, 최대주주(지분 39.7%)로서 그룹의 장기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회장의 대표작은 '더현대 서울'이다.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휴식·문화·예술이 결합된 몰입형 체험 공간으로 설계돼 2021년 개점 후 3년 만인 지난해 연매출 1조1994억원을 기록했다. 국제백화점협회(IADS)는 올해 CEO 콘퍼런스를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하며 직접 더현대 서울을 찾아, 전 세계 유통 CEO들이 정 회장의 공간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이 성공은 '더현대 2.0' 전략으로 전국에 확장되고 있다. 정 회장은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대신 지방 대도시를 미래 거점으로 선택했으며,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성장을 지속하려면 고객과 시장, 비즈니스 생태계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7년 부산·광주에 각각 '더현대 부산'과 '더현대 광주'를 개점한다. 부산점은 백화점과 아울렛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광주점은 그룹 최대 규모 복합 유통·문화공간이다. 지난달에는 청주에 지역 특화 복합쇼핑몰 '커넥트현대 청주'가 오픈됐고, 2028년 경산에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도 출점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정 회장의 더현대 전략이 이어진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국내 백화점 최초 정규 매장을 열고, '더현대 글로벌'을 통해 K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해외 진출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올해 10~12월 대만, 내년 상반기 태국에서 팝업스토어 운영, 향후 5년간 일본에 5개 매장 추가 출점 계획도 있다.

정 회장의 또 다른 승부수는 M&A다. 2022년 8947억원에 인수한 미국 매트리스 브랜드 '지누스'의 경우 누적 적자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캄보디아 생산라인 구축·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쟁력 회복, 미국 온라인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올해 상반기 매출 4794억원, 영업이익 566억원으로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1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그룹의 해외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누스 외에도 백화점 본업 역시 반등세를 보인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803억원, 영업이익 869억원으로 각각 5.5%, 102.8% 증가했고, 면세점과 지누스가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기업은 고객뿐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만족시키는 공간을 창조하는 책임이 있다"이라며 "더현대와 커넥트현대 등 차별화된 리테일 모델을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글로벌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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