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HDC현대산업개발 (시계방향으로) 본사 전경 (사진=각사)
현대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HDC현대산업개발 (시계방향으로) 본사 전경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김예온 기자] 건설업계만큼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절실한 분야는 흔치 않다. 대형 건설사가 총괄하더라도 현장의 품질과 안전은 결국 하도급업체의 역량에 달려 있으며, ESG 경영의 성패도 원청이 협력사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데 좌우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부 협력사만이 평가와 지원을 받고 대다수는 소외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선택적 평가는 ESG를 면피용으로 전락시키며 협력 생태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주요 건설사가 발표한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협력사 ESG 평가 대상이 전체 협력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핵심 협력사 위주의 관리가 이뤄지면서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은 전체 협력사가 아닌 1차 협력사 중심으로 ESG 평가를 시행 중이다. 현재 1차 협력사 242곳 중 215곳을 평가해 88.8%의 참여율을 기록했다.

다만, 평가 대상이 이미 기술 경쟁력과 안전·품질 수행 능력이 우수한 협력사인 점에서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현대건설에 환경·사회 분야에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체 협력사가 많아 금액과 거래 빈도를 기준으로 대상을 추려 242곳을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전체 2564개 협력사 중 실제 공정에 투입되는 공사업체만을 대상으로 ESG 평가를 진행한다. 현재 자가진단을 수행한 협력사는 56곳으로 전체의 2.18%에 불과하다. 전년 21곳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으나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롯데건설은 ESG 기준과는 별도로 '우수 협력사'를 선정하고 있지만 공급망 전체의 ESG 지속가능성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롯데건설 측은 "공정 외에도 자재 납품업체 등 파트너사가 많아 규모가 크며, 고위험 공정을 중심으로 ESG 평가가 진행되고 향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1930곳 협력사 중 775곳(40.1%)을 대상으로 연 2회 ESG 점검 및 역량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주요 협력사뿐 아니라 기타 협력사까지 포함해 상대적으로 폭넓게 접근하고 있으나, 여전히 절반 이하라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실제 한국ESG기준원 평가 등급은 2023년 A+에서 2024년 A로 한 단계 하락했으며, 인권과 위험관리 부문에서는 업계 선도기업 대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ESG 관련 사안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협력사 사이에서 점검이 많은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체 731개 협력사 중 403개사(55.1%)를 대상으로 ESG 기반 정기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무이자 대여금과 포상금 지급 규모가 최근 감소하는 등 협력사 금융 지원은 축소되는 흐름이 이어져 '동반성장' 의지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전체 협력사를 매년 ESG 평가 기준에 따라 심사하고 있다"며 "다만, (협력사 금융지원은) 특정 연도에 지원 규모가 많았을 뿐 전체적으로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사 협력사 상생을 위해 선급금지원, 계약 인지세 지원, 우수협력 계약이행 보증율 감면, 포상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실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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