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목적기반모빌리티(PBV) '기아 PV5'는 사용자 운행목적에 최적화된 차량이었다. 최근 경기 고양과 인천 중구를 오가며 이 차를 시승했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전동화 전환을 앞당길 라이프·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다가왔다.
경기 고양에서 인천 중구로 이동할 때는 패신저 5인승 모델을 몰았다.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25.5킬로그램미터(kg.m)의 모터는 힘을 점진적으로 풀어내며 시속 100킬로미터(km)대 초반까지 거침없이 나아갔다. 다만 그 이후 구간부터는 바람 저항 탓에 더는 속력을 끌어올리기 어려웠다. 상자형 차체 특유의 한계가 느껴졌다.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부드러웠다. 전륜 멀티펑션 쇽옵서버, 후륜 연결형 토션빔 액슬을 적용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크고 작은 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한 덕분이었다. 고속도로주행보조, 전방충돌방지보조, 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 안전사양은 풍부했다.
계기판 화면은 7.5인치로 크지 않았지만, 깔끔한 그래픽 디자인으로 주행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 기반 센터 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를 쓰는 것 같은 익숙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했다. 2열 무릎·머리 공간은 여유로웠으며, 스텝 높이를 399밀리미터(mm)로 낮춰 노약자도 손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띄었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기본 1330리터(ℓ),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2310ℓ까지 확대됐다. 선택 사양인 평탄화 데크를 장착하면 캠핑과 낚시 등 여가 활동에 적합한 쾌적한 공간으로 활용 가능해 보였다.
물류·배송 환경에 특화된 카고 모델은 인천 중구 내 좁은 주택가 골목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회전반경이 5.5미터(m)에 불과해서 그런지 체급 대비 움직임이 민첩했다. 기다란 2995mm의 휠베이스를 감안하면 이 같은 회전반경은 상당히 짧은 수준이다.
운전석 격벽 너머의 카고룸은 좌우 슬라이딩 도어와 양문형 테일게이트 적용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화물 상하차가 용이해 보였다. 하루에 수백 번씩 카고룸을 오르내리는 물류 배송 종사자들이 반길 만한 요소였다. 실내고는 1520mm로 허리를 깊게 숙이지 않고도 작업이 가능했다. 기아 관계자는 "평탄화 플로어를 달면 국내 규격 팔레트 2개 또는 유럽 규격 팔레트 2개를 실을 수 있어, 기존 1톤(t) 트럭을 운영하는 운송업체나 상용 고객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용량은 패신저, 카고 모두 71.2킬로와트시(kWh)로 같았다. 제원상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패신저가 358km, 카고가 377km. 350킬로와트(kW)급 급속 충전을 활용하면 30분 이내에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가격은 보조금 적용 시 패신저가 4000만원대 중후반, 카고가 4000만원대 초중반에 형성된다. 상품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값이다. 설득력이 있는 차량인 만큼 전동화 전환기 개인·기업 모두의 이동방식을 바꿀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