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조선업계의 전례 없는 호황에 힘입어 국내 선박엔진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마린엔진·한화엔진)가 생산 라인을 100% 가까이 가동하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수요를 동시에 소화한 결과로 관측되며 내년에는 친환경 엔진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수익성 개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선박엔진 업체들의 가동률은 HD현대중공업(엔진기계 부문)이 151.2%로 가장 높았으며, 한화엔진이 104.2%로 뒤를 이었다. HD현대마린엔진 역시 90.9%를 기록하며 사실상 풀가동 상태에 돌입했다.
국내 선박엔진 3사가 동시에 이처럼 높은 가동률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HD현대마린엔진에 인수된 STX엔진의 가동률은 인수 전 34%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으며 HD현대의 시너지 효과를 증명했다. HD현대중공업 엔진 부문은 지난 5년간 꾸준히 100%를 넘는 가동률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화엔진 역시 2020년 82.7%에서 올해 상반기 100%를 넘어서는 등 조선 호황의 물결을 타고 생산량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의 배경에는 중국 조선사들이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의 상반기 매출 47%는 중국 소재 조선 및 물류 회사에서 나왔다. HD현대중공업은 급증하는 중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전담 부서'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엔진 역시 계열사 한화오션의 물량을 제외하면 중국 조선사 두 곳에서 전체 매출의 14%를 확보하고 있다.
선박엔진 3사는 생산라인 가동률 상승과 더불어 내년에는 더 큰 폭의 이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 해운 규제 강화로 인해 친환경 엔진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선박엔진 3사가 수주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고부가가치의 이중연료 엔진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중연료 엔진 수요 확대가 향후 수익성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박엔진 회사들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엔진은 올해 766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에 이어 내년까지 누적 2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최대 20% 확대할 방침이다. HD현대마린엔진도 친환경 엔진 생산설비에 147억원을 투자하며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