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전사적인 긴급 생존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임대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15개 점포에 대해 순차적 폐점을 결정하고,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13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날 회사는 전사적인 긴급 생존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3월4일 회생이 개시된 지 5개월이 지났으나 인수합병(M&A)에 나설 의향자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자금 압박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정부의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배제되면서 매출 감소 폭이 확대돼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 개시 후 5개월이 지났지만 자금 상황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신뢰도 하락으로 납품업체들이 정산 주기 단축, 거래한도 축소, 선지급 요구 등을 늘리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민생지원금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제외돼 매출 감소 폭이 커졌고, 회생 중 기업 특성상 외부 차입도 어려워 유동성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총 68개 임대 점포 중 임대료 조정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15개 점포에 대해 순차적으로 문을 닫기로 했다. 폐점 대상은 시흥점, 가양점, 일산점, 계산점, 안산고잔점, 수원 원천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대전 문화점, 전주완산점, 대구 동촌점, 부산 장림점·감만점, 울산 북구점·남구점 등이다.
현재 홈플러스의 대형마트형 점포는 125개며 이 가운데 회생 이전에 8곳의 폐점이 결정됐고, 이날 15개 점포 폐점을 발표함에 따라 모두 23개가 사라지게 된다. 홈플러스는 이 가운데 11개 점포가 재입점하면 113개로 다시 늘어난다고 하지만 재입점 시기 등은 불투명하다.
폐점 이후에도 직원 고용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직원들의 고용은 지속 보장할 계획이며,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적용해 근무지를 이동하는 직원들이 새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 달 1일부터는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이 시행되며, 지난 3월부터 이어온 임원 급여 일부 반납 조치도 회생이 완료될 때까지 연장된다.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이날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가 전 M&A를 통한 회생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최후의 생존경영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 전 M&A 절차 진행을 허가받아 매각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수의향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조기 매각을 통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에는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 약 2만2000명이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전달하며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한마음협의회는 "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기업가치는 하락하고 회생 가능성도 낮아진다"며 "인가 전 M&A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자구책에 대해 노동조합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홈플러스의 긴급 생존경영 체제 돌입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자구노력이 전혀 없는 채 또다시 회사를 쥐어짜는 것"이라며 "홈플러스의 브랜드 가치는 전국 각지에서 운영되는 매장에 있는데, 이들 매장을 포기한다는 것은 곧 홈플러스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MBK가 분할 매각 없이 통매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결정은 그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이번 위기는 단순한 유통기업의 경영 이슈가 아닌 민생경제와 고용안정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협력사와의 거래 안정성 회복과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회사는 이어 "직원들의 헌신과 고객들의 성원이 지금까지의 회생 노력을 가능하게 했다"며 "앞으로도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고, 회생을 성공시켜 직원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지켜내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