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정부의 초강수 대출규제와 맞물려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대출 취급마저 중단했다. 2금융권 역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으로 대출 취급을 제한하면서, 대출창구가 아예 막혔단 평가다.

나아가 카드론이나 보험약관대출 같은 우회대출마저 막힌 가운데, 사실상 정부가 실수요자나 생계형 차주들을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 등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주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취급 제한을 비수도권까지 확대했다. 해당 조건은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감액 △보유주택 처분 조건이 걸린 전세대출 등이나, 이밖에 1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과 대출 이동신청 건 외의 타행 대환 자금 용도로의 대출 등의 취급도 제한한다.

이는 다른 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은 작년 9월부터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을 전국으로 확대했으며, 지난 1일부터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축소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9월 중 실행예정인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인 배경은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이다. 6.27 대책 직후인 7월 한달간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4조1386억원 증가에 그쳤다. 6월 증가폭(6조7536억원)의 60% 수준이지만 주담대 대신 신용대출이 축소된 영향이 컸으며, 전세대출이나 2금융권 대출이 증가하는 등의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당국은 하반기 은행권의 대출 총량 목표치를 기존 대비 50%로 감축하도록 주문했으며, 은행 역시 전세대출을 비롯한 대출 전반의 취급을 중단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의 대출문턱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 주담대가 전년 말 대비 2.9% 증가에 그친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담대는 5.9%나 급증했다. 이는 은행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한 영향이다. 

이에 당국은 2금융권의 주담대나 카드론 등을 포함, 2금융권 가계대출 전반에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강수를 둔 상태다.

해당 분위기는 업권별 대출태도에서도 드러난다. 한은의 '대출행태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비은행권의 대출태도지수를 살펴보면 △저축은행(-20) △상호금융(-22) △카드사(-21) △보험사(-13) 등 전 업권에서 대출태도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권별 대출수요는 카드사(0)를 제외하면 △저축은행(13) △상호금융(5) △보험사(5) 등 모두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의 경우 생활자금 수요 등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다.

주담대뿐 아니라 우회대출 규모도 줄고 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대형 5개 손보사(삼성·DB·메리츠·현대·KB)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14조8055억원으로, 지난 4월 대비 730억원 감소했다. 보험약관 대출이란 보험계약자가 가입한 상품의 해약환급금 내에서 돈을 빌리는 보증부 대출이다.

'서민급전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역시 올해 2월 기준 43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거세지면서 6월 말 기준 42조5148억원으로 4740억원 가량 줄었다. 현금서비스 역시 같은 기간 4326억원이나 급감했다.

특히 대환대출의 경우 1조4284억원으로, 넉달 만에 15.2%(2560억원)나 급감했다. 빚으로 빚을 갚는 형태인 카드론 대환대출의 경우 상환능력이 극도로 악화된 취약차주가 이용하는 만큼 단기간내 줄어들기 어렵다. 그럼에도 경기불황 속 넉달이란 짧은 기간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은, 정상적인 대출상환이 아닌 하위 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차주별 리스크를 정밀하게 반영하지 않은 일괄적 규제가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무주택 실수요자나 소득이 일정하지만 담보가 부족한 저신용 계층, 그리고 생계형 대출이 시급한 취약차주까지 규제에 포함되면서, 이들을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 등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보호와 금융안정을 고려한 정책적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금융관계자는 "현장에선 상환능력이 충분한데도 대출취급 자체가 안돼, 각 지점을 돌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부지기수다"며 "단순 총량규제보다 차주의 상환능력이나 대출 목적, 자산 여력 등을 기반으로 좀 더 정교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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