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내달 1일로 다가온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을 앞두고,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이 핵심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 부흥과 중국의 해상 패권 견제를 노리고 있는 미국 정부가 한국 조선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국 정부가 제시할 협력안이 관세 협상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해양 지배력 복원'을 핵심 국가 안보 사안으로 인식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조선업 재건 협력을 논의 중이다.

현재 미국의 조선업 상황은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은 상선 5척 미만을 건조한 데 비해 중국은 1700척 이상을 건조했으며 상선 보유 척수 역시 미국은 200척 미만인 반면 중국은 7000척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미 해군은 함정 총톤수 기준 세계 1위지만 함정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가까운 미래에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미 해군은 조선소 부족과 설비 노후화 문제로 자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추진으로 LNG 운반선 및 해양 석유 시추선 수요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은 조선업을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적 인프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미국 측은 한국 통상팀과의 관세 협상에서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현지 투자, 핵심 기술 이전, 인력 양성 지원의 세 가지를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의 빠른 선박 건조 기술력과 한국식 생산관리 기법, 공정 최적화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중국과 글로벌 조선 시장 1~2위를 다투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친환경 선박 기술력과 뛰어난 인력 양성 역량을 보유해 미국 측에서는 조선업 재건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특히 LNG선과 방산 분야에서 미국이 원하는 기준을 충족한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관세협상 진전과 산업 분야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관세협상 진전과 산업 분야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시장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국내 조선 빅3의 구체적인 협력 모델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 거제사업장과의 협력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를 직접 지원하며, 한화해운이 필리조선소에 LNG 운반선을 발주한 것은 미국 조선 및 해양 부문 활성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오션은 향후 LNG선, 친환경 선박 등 신성장 시장에서 미국 현지 시너지 전략을 강화할 전망이다. 

HD현대는 미국 해양·방산 1위 조선 기업인 헌팅턴 잉걸스와 군함·상선 협력 가속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건조 비용과 납기 개선을 위한 노하우를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전문가 10여 명을 현지 조선소에 파견해 생산 공정 체계 및 설비를 점검하고 내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 운반선을 건조하기 위한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미국 조선소들과의 협력을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현지 조선 산업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최소 10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며, 단기적 지원 방안과 장기적 미국 조선 산업 재건 방안까지 복합적인 협력 패키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장관과 진행한 산업장관 협상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가(MASGA)'로 명명된 해당 프로젝트는 한국 민간 조선사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를 비롯해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조선업을 단순한 산업 부문이 아니라 국가적 인프라로 접근하고 있다"며 "조선업 재건을 위해 미국 내 신규 조선소 설립 또는 합작형 생산기지 구축 등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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