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이지만, 고강도 가계부채 규제로 대출성장 둔화가 불가피해진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오는 24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5일에는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잇따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올해 상반기 총 9조94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9조3527억원) 대비 6.4%(5971억원)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고 실적이다.
지난해 초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사태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던 기저효과와 함께 견고한 대출성장을 기반으로 한 이자수익 확대가 호실적의 바탕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출 규모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예대금리차까지 벌어지면서 이자수익이 크게 늘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때 발생했던 '가계대출 급증' 사태를 막고자 올해 초부터 대출관리를 강화했고, 그 일환으로 기준금리가 떨어졌음에도 대출금리를 천천히 내렸다. 반면, 예·적금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을 이유로 빠르게 인하했다.
실제 올해 2분기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공시 이래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지난 4월 1.35~1.51%p(포인트), 5월에는 1.25~1.45%p로 각각 집계됐다. 이 중 신한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도 역대 최고치인 1.51%p를 기록했다.
5월 들어 예대금리차가 축소된 흐름이지만 여전히 지난해 말 수치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0.98~1.25%p였다.
금융그룹별 실적 예상치를 보면 우리금융을 제외한 3대 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됐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조원을 넘어 리딩뱅크를 지켜냈을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른 순이익 예상치는 3조3366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2조7815억원)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홍콩ELS 배상 규모가 가장 컸던 만큼 기저효과 역시 크게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밖에 신한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933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470억원)와 견줘 6.8%,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2조687억원에서 2조2330억원으로 7.9%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희망퇴직 시기가 늦어지면서 지난해 4분기 반영했어야 할 관련 비용 1690억원을 올해 1분기에 반영한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실적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른 올해 상반기 순이익 추정치는 1조4468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1조7555억원) 대비 17.6% 감소한 규모다. 다만, 올해 1분기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나란히 증가하는 등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한 기초체력은 개선됐다는 평가다.
12·3 비상계엄 이후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2분기 들어 안정화되면서 금융그룹 자본력도 크게 개선됐을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떨어지면 금융그룹들이 보유한 위험가중자산(RWA)이 감소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금융그룹들이 CET1비율을 기반으로 주주환원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최근의 환율 안정화 흐름은 배당 확대 등 주주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그룹 실적은 하반기부터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6·27 가계대출 규제와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각종 규제로 대출 취급 총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수익원인 이자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은 6·27 대책 발표 전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약 7조2000억원으로 잡았으나 최근 절반에 해당하는 3조6000억원 가량을 새 목표치로 설정하고,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정부의 '포용' 기조에 따라 각종 상생금융을 위한 추가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하는 점도 금융그룹 실적에는 부담이다. 이미 정부는 다음달 설립되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의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을 민간 금융회사로부터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은행권 대출성장 전망에 대해 "연중 기업대출 성장률이 하락하고 가계대출 성장은 4% 내외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시행되면서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은 유의미하게 억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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