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국내 방산 4사가 주력 무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장약 생산 능력 확대, 중동·동남아를 겨냥한 대형 수출 계약 추진, 차세대 전투기 양산 개시 등 호재가 맞물리며 성장세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엘아이지(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4사의 올 2분기 합산 매출 추정치는 9조6708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100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 85% 증가한 수치다.
업체별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분기 매출 추정치 6조4992억원, 영업이익 추정치 71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3.2%, 99%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로 인도된 K9자주포(약 18문) 및 K239 천무(약 15문) 등 대규모 수출이 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수출 물량만으로 6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창출된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하반기 장약 생산 증설과 중동 지역 다연장로켓(MLRS) 교체 수요 등을 통해 성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장약 생산 증설을 통해 연간 60만발 규모의 포탄 생산 능력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며, 이는 연 2조원가량의 매출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이 중국산 화약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공급 여력은 수출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전망이다.
현대로템도 호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매출 추정치는 1조3971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23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109.4% 늘어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폴란드로 약 25대의 K2전차가 인도된 것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로템은 현재 2차 폴란드 수출 계약 서명을 앞두고 있으며, 2027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납품이 시작될 예정이다. 2차 계약은 180대의 전차와 81대의 지원차량, 군수·훈련 패키지 등을 포함하며, 67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중동 6개국 노후 주력전차(MBT) 교체 수요가 3670여대에 달해, 수주 확대 가능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2분기 매출 추정치 8865억원, 추정치 영업이익 8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71.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개발 및 양산 사업 매출 확대와 함께 수출 비중이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수주잔고 내 수출 비중은 62% 수준으로 추정되며, 내년까지는 수출이 매출의 과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회사는 중동 6개국 방공체계 교체 수요(약 730기 규모, 18억달러 추정)를 타깃으로, 기술적 신뢰성을 앞세워 수주 확대를 노리고 있다.
KAI의 경우 2분기 매출 추정치 8880억원, 영업이익 추정치 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9.2%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KF-21의 초도양산 본격화와 FA-50 수출물량 증가로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
KF-21은 현재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UAE), 말레이시아 등을 주요 수출 후보국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사우디와는 무기 국산화를 전제로 한 포괄적 기술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국방비 지출이 급격히 확대되는 가운데,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에 유연한 국내 방산이 실질적 수혜를 입고 있다"며 "여기에 중동 지역의 대규모 무기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향후 수년간 방산 수출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