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12·3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와 미국 관세 충격 등으로 증시가 요동치면서 올해 1분기 은행권 퇴직연금 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충격 여파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 방어가 과제로 떠올랐다.
23일 은행연합회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수익률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일제히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좁혀보면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IRP 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이 지난해 4분기 각각 5.84~7.99%, 7.32~12.83%, 7.74~10.78%를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엔 4.99~6.24%, 2.58~3.57%, 2.67~4.01%로 크게 하락했다.
최고 수익률만 비교해보면 1개 분기 만에 DB형에서 1.75%p(포인트), DC형에서 9.26%p, IRP에서 6.27%p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5대 은행은 은행권이 운용하는 전체 퇴직연금 규모(228조9986억원)의 79.5%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DC·IRP 수익률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의 DC형 수익률은 지난해 4분기 12.83%에서 올해 1분기엔 3.55%로 9.28%p 하락했고, 같은 기간 IRP는 10.78%에서 3.75%로 7.03%p 떨어졌다. DB형의 경우 6.14%에서 5.43%로 0.71%p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 외 KB국민은행은 △DC형 10.49%→3.57%(6.92%p↓) △IRP 10.34%→4.01%(6.33%p↓) △DB형 6.74%→4.99%(1.75%p↓)를 보였고, 신한은행은 △DC형 10.55%→3.50%(7.05%p↓) △IRP 9.88%→3.71%(6.17%p↓) △DB형 7.99%→6.24%(1.75%p↓) 등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DC형 9.79%→2.84%(6.95%p↓) △IRP 9.69%→3.24%(6.45%p↓) △DB형 5.84%→5.05%(0.79%p↓) 등을, 농협은행은 △DC형 7.32%→2.58%(4.74%p↓) △IRP 7.74%→2.67%(5.07%p↓) △DB형 6.31%→5.16%(1.15%p↓) 등이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올해 들어 크게 떨어진 것은 비상계엄·탄핵 등 불확실한 국내 정치 상황과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충격이 더해지면서 주식시장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해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퇴직연금 부문에서 대세가 된 터라 증시 변동에 따른 수익률 하락폭이 컸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퇴직연금 수익률 하락 원인은 증시 변동 말고는 설명이 안된다"며 "최근에는 퇴직연금도 ETF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률도 시장 변동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2분기에도 퇴직연금 수익률이 급격히 좋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미국 관세 충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 9일 코스피는 2293.70에 거래를 마감했는데, 이 지수가 23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3년 10월 31일 이후 1년5개월여 만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으로 연금고객을 타사로부터 뺏어오기 위한 금융사 간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폭락장' 속에서 수익률 방어에 얼마나 성공했는지에 따라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승패가 나뉠 전망이다.
은행들도 이에 맞춰 퇴직연금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퇴직연금 AI 투자일임형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나의 퇴직연금'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ETF 상품 라인업을 대폭 확대, 수익률 제고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개인형IRP 부문에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운용 서비스'를 탑재했고,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퇴직연금 조직과 인력을 대폭 강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