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논란이다. 단 1시간의 사전 설명회를 진행한 후, 국내 자본시장 역대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단행을 결정해서다. 

현행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내부 유보금 활용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유상증자는 신규 발행되는 주권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화에어로는 불과 한 달 전, 보유하고 있던 1조3000억원의 현금을 오너 일가 계열사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사용한 뒤,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판단이라기보다 승계 및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실제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10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을 들여 추가 매입했다. 당시 한화에어로는 총 1조7000억원대의 현금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화에어로가 1조3000억원을 지급한 상대방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자제들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 3형제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가 거래처였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한화에너지가 지분 52%를 보유한 한화임팩트의 자회사다. 

거래상대방이 오너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다 보니 승계 및 지배구조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는 별개의 경영 판단이며, 사업적 필요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 지분 인수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을 근거로 당시 거래가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기존 주주들은 역대급 실적에도 유상증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자신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설명처럼 글로벌 방위산업 경쟁에서 한화에어로가 퀀텀점프에 나서기 위해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은 투자자들과 자본시장 전문가들도 모두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 전만 해도 1조7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가 오너 일가의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인 후, 다시 경영자금을 이유로 역대급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 

벌어들인 현금은 오너 일가에 몰아주고, 사업자금은 다시 주주들에게 받아내려고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한화에어로의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한 기업 재무 전략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오히려 투자자들과 증권가에서는 한화그룹의 지배구조와 주주를 위한 신뢰를 검증하는 시험대가 됐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논리가 필요하다. 지금 한화에어로와 한화그룹이 해야 할 일은 구차한 해명이 아니라, 진정한 주주 가치 실현을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서종열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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