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출장길을 마치고 24일 복귀한다. 이번 출장은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글로벌 기업 대표들을 만나 직접 투자 유치 활동을 펼치는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삼성전자의 대(對)중국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사즉생' 메시지를 낸 이후 첫 대외행보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도 높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7일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차적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CDF에는 이 회장 외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팀 쿡 애플 CEO 등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참석했다. 이 밖에 BMW, 벤츠, BNP파리바, 네슬레, 보쉬, 페덱스, 히타치, 화이자, 카길, 도이체방크, 마스터카드, 퀄컴,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 등의 CEO들도 포럼을 찾았다.
이 회장이 이번 행사를 찾은 것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부당합병·회계부정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대외활동을 자제했다.
CDF 참석에 앞서 이 회장은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등과 함께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레이 쥔 샤오미 회장과 만나 모바일·전기차 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의 이번 중국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대(對)미국 사업 전략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이뤄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CDF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참석한 만큼 중국과 협력이 미국의 반감을 살 우려는 적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경제 제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려는 시그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수출이 반도체 중심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전장 부품과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으로 품목을 다변화 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매출은 64조9275억원이다. 이는 별도기준 삼성전자 매출 209조522억원의 31%이며 지난해 매출 42조2007억원 대비 50% 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지역별 수출 규모로 살펴봐도 미주, 유럽, 아시아·아프리카보다 큰 수준이다. 이 같은 매출 증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시행을 앞두고 중국 기업들이 메모리 제품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반도체 공급망을 유지하는 한편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중심으로 부품 공급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2019년 삼성전자의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탑재하며 삼성전자 이미지센서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샤오미가 최근 출시한 샤오미15 울트라는 라이카, 소니 등의 부품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와 함께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의 중국 공급망을 복원하는 한편 전장 부품의 새로운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이재용 회장의 중국 출장은 이 같은 관계를 복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전장 부품과 배터리의 새로운 공급처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샤오미 전기차는 중국 내에서 점유율이 낮은 편이지만, 최근 10위권 내에 첫 진입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샤오미 전기차는 2만3728대(3.4%) 판매돼 처음으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다만 샤오미는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스마트폰 점유율 글로벌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만큼 해외 시장에서 전기차가 시너지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 CDF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올해 중국이 목표로 삼은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에 대해 "기업의 혁신·창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자유무역과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고 기업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외자기업이 중국 시장에 깊이 융합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