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해 첫 경영행보로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G를 포함한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 및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새해 첫 경영행보로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G를 포함한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 및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을 상대로 쇄신 메시지를 낸 가운데 앞으로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17일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차적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이번 메시지는 세미나 교육 영상을 통해 공개됐으며 이 회장이 신년 메시지로 준비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장은 교육 영상에 직접 출연하진 않았다. 

이 회장은 "21세기를 주도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30개 대표 기업 중 24개가 새로운 혁신 기업에 의해 무대에서 밀려났는데 이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임원들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며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 와야 한다"며 "성과는 확실히 보상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신상필벌이 우리의 오랜 원칙이다.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라고도 강조한 것으로 전했다. 

이 회장의 이번 메시지에 대해 재계에서는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유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출장 중 임직원들에게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봐라"라고 말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 역시 '사즉생'을 강조하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재용 회장은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질적 성장'을 강조했던 이건희 회장의 메시지처럼 이재용 회장 역시 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의 이번 메시지가 나온 시점에 대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서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회장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결정한 상태다.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이 회장은 새해 첫 현장경영도 생략한 채 철저하게 외부 일정을 자제하고 있다. 

이처럼 사법리스크가 유효한 가운데 강력한 경영 쇄신 메시지가 나온 것을 두고 그만큼 삼성의 현재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올해 3월 18일 기준 340조37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0조원 가량 감소했다. 주가 역시 1년 새 약 2만원가량 하락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주당 4만99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주들의 불만도 커진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의 이번 메시지는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가 나온 1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5% 이상 반등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지난해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한편 이재용 회장이 이번 쇄신 메시지를 통해 '수시 인사'를 언급한 만큼 앞으로 경영 전략과 신상필벌에 따른 '원포인트 인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초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최 사장은 '갤럭시 AI'의 대중화를 바탕으로 갤럭시S24와 S25 시리즈의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과감한 투자도 강조한 만큼 신사업 발굴과 적극적인 M&A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 DX사업부는 미래사업 발굴을 위한 신사업TF를 신사업팀으로 격상시킨 바 있다. 또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조직으로 신설된 경영진단실은 최근 DS부문 시스템LSI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재영입의 중요성도 강조한 만큼 시민단체에서 요구한 '글로벌 이사회'의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 이사회가 쇄신하기 위해서는 전현직 외국인 CEO, 소프트웨어·AI 전문가, 자본시장·거버넌스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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