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 개시로 잠정 중단됐던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순차적으로 재개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자정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모든 채권에 대한 변제가 일시 중단된 바 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고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순 현금도 이달에만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부터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해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법원의 회생 절차 개시 결정문에 따르면 협력업체와의 일반 상거래 채권의 경우 이달 4일을 기점으로 이전에 발생한 것은 순차적으로 일정을 정해 전액 변제할 계획이며, 4일 이후부터는 납품사와 개별 계약에 따라 정상 지급한다.
현재 복수의 제조기업들은 납품 대금을 떼일 우려가 있다고 보고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다수의 기업들이 현재 홈플러스로부터 제품 판매분에 대한 정산금을 못 받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1월 판매 정산금이 2월말에 지급 됐어야 했는데, 아직까지 납품업체들에게 입금되지 않은 상태다.
가전에서는 LG전자가 이날부로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제품의 출하를 중단한 상태고, 홈플러스 내 입점한 일부 삼성전자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다음날인 5일부터 본사로부터 물건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외에도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CJ제일제당, 대상, 동서식품, 종근당건강 등 식품업체들은 홈플러스에 물건 납품을 중단한 상황이다.
제조사들의 납품 중단 여파로 당장 홈플러스가 보유한 상품 재고가 소진되면 소비자들은 상품들을 구매하지 못하게 된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르면 3~4일 내에 일부 상품 매대가 비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매장을 보유한 대형마트에 상품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업체들은 실시간으로 동향을 살피느라 분주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사들은 전날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제한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회생 절차를 끝낼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을 신청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라며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였다. 이들은 2만명의 직영지원과 협력업체를 포함한 10만명의 노동자가 회생 과정에서 폐점과 해고 등으로 구조조정을 겪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안수용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장에서는 회사가 언제 망할지, 폐점이나 정리해고로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직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협력사들 또한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우려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MBK가 책임지고 홈플러스를 회생시키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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