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왼쪽에서 네번째)가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 회장(왼쪽에서 네번째)가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LG)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트럼프 정부의 무차별 관세로 우리나라 수출의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내 기업과 경제계는 우리 수출의 새 활로로 인도를 주목하고 공 들이기에 나섰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한-인도 경제인 비즈니스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인도 최대 민간 경제단체인 인도산업협회(CII) 사절단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인도 경제인간의 교류 및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 한국 측에서는 윤진식 KITA 회장을 비롯해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 송호근 ㈜와이지-원 회장 등 인도와 교역 관계에 있는 주요 기업 임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인도 측에서는 아밋 쿠마르 주한인도대사, 쉬브 시단트 카울 CII 한국위원장, S. 사라티 아난드 그룹 사장 등 15명이 참석해 양국 기업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윤진식 회장은 "세계 무역질서가 재편됨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현재, 세계 5위 경제 대국이자 글로벌 혁신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는 매우 중요한 협력국"이라며 "그린에너지‧디지털경제‧바이오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도 양국 기업인 간 교류를 확대해 시너지를 내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최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오너들도 인도 사업장 점검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인도를 방문해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공장과 뱅갈루루의 LG소프트인디아 등 사업장을 둘러봤다. 

LG전자 노이다 공장은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현지에 공급되는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G소프트인디아는 1996년 3월에 문을 연 인도에 있는 소프트웨어 연구소로 LG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가운데 베트남 R&D법인과 함께 규모가 가장 크다. 현재 2000여명의 현지 개발자가 웹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LG는 19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후 같은 해 LG화학, 1997년 LG전자, 2023년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가 현지에 진출해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첫 현장경영으로 지난달 3일 인도를 방문해 롯데웰푸드의 현지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신 회장이 인도에 방문한 것은 2016년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 이후 9년만이다. 

롯데웰푸드는 2004년 국내 식품업계 중 처음으로 인도에 진출해 건과와 빙과, 2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앞으로 롯데 인디아와 현지 건과·빙과 자회사인 하브모어를 합병한 통합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또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약 700억원을 투자한 하브모어의 새로운 빙과 생산 시설이 곧 가동에 들어간다. 롯데 인디아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원을 투자한 롯데 빼빼로 첫 해외 생산 기지도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인도 방문 당시 롯데웰푸드 신공장 현장을 찾아 "롯데의 글로벌 식품 사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니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니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현대차그룹)

이 밖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인도증시 상장 기념식을 위해 인도를 방문했다. 

당시 방문에서 정의선 회장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는 1996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이후 자동차 산업 발전, 고용 창출, 수출 증대 등 인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속적인 투자와 성장을 통해 인도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과 'Viksit Bharat(발전된 인도) 2047' 비전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도 첸나이 현대자동차 1·2공장, 아난타푸르 기아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푸네지역에 현대자동차 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7월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했다. 이와 함께 인도 뭄바이에서 현지 임직원들을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현재 아시아 최고 재벌로 알려져있으며 릴라이언스 그룹은 삼성전자와 통신 네트워크 장비 공급 등을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인도에 진출해 뉴델리 인근 노이다와 스리페룸부두르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중 노이다 공장은 2018년 규모를 2배로 확장해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이 됐다. 현재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 거점이 됐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인도는 중국과 맞먹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23년 기준 71%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까지 스마트폰 보급률이 50% 미만이었으나 최근 중국 비보, 샤오미 등과 경쟁이 과열되면서 빠르게 보급률이 늘어났다. 그러나 보급형 스마트폰의 비중이 높은 만큼 플래그십 제품 시장은 현재까지 열려있다.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한-인도 경제인 비즈니스 간담회'에서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오른쪽)이 쉬브 시단트 카울 인도산업협회 한국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한-인도 경제인 비즈니스 간담회'에서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오른쪽)이 쉬브 시단트 카울 인도산업협회 한국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현지에 진출한 기업 외에 대(對)인도 수출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주요 수출지역에 비하면 아직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월 대인도 수출은 1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수출액 규모는 9대 주요 지역 중 독립국가연합(CIS), 중동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지만, 증감률은 중동(19.6%)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재계에서는 인도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현지화 전략으로 맞춤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OTRA는 지난달 26일 열린 '30억 인구 소비시장, 중국·인도 설명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KOTRA에 따르면 인도는 거대 내수시장 형성 단계로 △중산층 확대에 따른 '테크소비' △도시화 확대에 따른 '편리소비' △성분까지 확인하는 '웰빙소비'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결제를 활용한 온라인쇼핑도 활성화되고 있어 현지 맞춤형 제품 출시를 바탕으로 온라인 유통망 입점을 활용해 제품 판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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