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경영인정기보험 절판마케팅을 일삼은 한화생명에 칼을 빼들었다. 앞서 경영인정기보험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행정 이후에도 한화생명이 시정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한화생명을 우선 검사대상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24일 이같은 내용의 '경영인정기보험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경영인정기보험은 중소기업이 경영진 유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등을 피보험자로 가입하는 보장성 보험이다.
금감원은 경영인정기보험이 CEO의 사망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상품 취지에 맞지 않게 차익거래 및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상품으로 변질됐다고 판단, 지난해 4월부터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 방지 노력을 이어왔다. 12월에는 계약자를 법인으로 제한하는 등 경영인정기보험 관련 감독행정을 실시했다.
당국은 12월 31일 감독행정 이후 9일간 해당 상품 판매실적이 있는 15개 생명보험사에 대해 일일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11개사에서 절판마케팅이 여전히 기승을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모니터링 기간 중 평균 계약체결 건수는 327건으로 전월(303건) 대비 소폭 상승(7.9%)했으나, 일평균 초회보험료는 11억5390만원으로 전월 대비 87.3% 상승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고액 건 위주로 판매를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화생명은 이 기간 중 644건(초회보험료 22억5200만원)을 판매해 생보사 총 판매규모의 32.5%를 차지했다. 실적 증가율도 전월 일평균 대비 152.3% 상승하는 등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지급한 평균 모집수수료(GA지급 기준)는 초회보험료의 872.7% 수준에 달했다. 특정 건의 경우 1053.0%(초회보험료 2900만원, 수수료 3억5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신한라이프도 같은 기간 일평균 56건을 판매했고 일평균 초회보험료는 2억660만원이었다. 전월과 비교해 건수는 64%, 초회보험료는 155.6% 늘었다. KB라이프는 일평균 49건을 판매했고, 일평균 초회보험료는 1억8730만원이었다. 전월보다 건수는 41% 감소했으나, 초회보험료는 38.2% 증가했다.
금감원은 절판마케팅 우려가 가장 큰 한화생명을 우선 검사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상품판매 금지조치를 우회하기 위해 계약 체결일(실적) 등을 조작하는 행위가 발견되면 형사고발 등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절판마케팅으로 소비자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사 사례에 대한 감독·검사조치를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며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법상 허용하는 최대 수준의 제재를 통해 시장질서를 바로 잡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사와 GA의 상품설계, 판매, 인수·사후관리 전 과정을 종합적·입체적으로 점검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경영인정기보험 점검 과정에서 보험사들의 상품설계, 판매, 인수·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생보사와 GA들은 수익성 분석시 자체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단기 판매실적을 높이고자 내부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근거없이 가정을 완화해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영업현장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예상됨에도 GA 모집수수료율을 확대하고 환급률을 상향, 상당한 규모의 차익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했다.
상품판매 단계에서는 부정확한 내용으로 절세효과만을 강조해 보험가입을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GA 소속 설계사가 계약자에게 직접 특별이익(금전)을 제공하거나, 일부 모집설계사 등이 가상계좌를 통해 보험료를 대납한 사실도 확인했다.
모집설계사가 다른 GA 소속 설계사 명의로 보험을 모집한 후 명의상 설계사로부터 수수료 상당 금액을 지급받거나 설계사 간 상호 보험료 대납을 통해 차익을 수취하는 등의 작성계약 의심 사례도 발견됐다.
상품 인수·사후 관리 단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도입목적에 부합하는 별도 인수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계약자가 법인이 아닌 개인이거나, 피보험자가 경영진이 아닌 경우 등이 다수 확인됐다.
계약유지능력 심사 대상 기준금액을 너무 높게 설정하거나 납입의무가 없는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재정심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계약자 변경 시 새로운 계약자에 대한 확인 절차 부재로 법인과 무관한 제3자 계약 유입을 방치했다.
아울러 수금관리인 변경(수금이관)에 대한 기준이 미비해 비정상적인 수금이관을 방치, 경유계약을 유발했다고 봤다. 또 특수관계자에게 수수료를 부당 지급해 GA의 보험업법·금소법 위반을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