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래에셋생명)
(사진=미래에셋생명)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래에셋생명이 작년 순익 34% 성장이라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금리 하락과 강화된 규제에 보험손익은 다소 악화됐지만 신계약을 중심으로 강력한 영업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나아가 변액보험 중심의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는 금리인하기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투자손익 악화에도 순익 34.2% 성장···"이연법인세율 효과"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4.2% 늘어난 136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세부실적들은 부진했다. 작년 연결 기준 보험손익은 1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감소했다.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관련 제도와 계리적 가정의 변경 등으로 20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투자손익은 2023년 226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43억원 적자로 적자폭을 줄었다. 보험금융비용이 2조3931억원으로 일년새 19.0%나 감소했지만, 미국 상업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손익의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지난해 세전이익은 11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나 줄었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미국 부동산 관련 평가손실이나 IBNR 효과를 제외하면 경상이익이 1800억원까지 상승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순익이 상승한 주요인은 2023년 332억원에서 지난해 -92억원으로 감소 전환한 법인세 비용이다. 세무결손금 이월에 따른 이연법인세율 하락 효과로 순이익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신계약 CSM은 35.2%↑···건강보험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

업권에선 다소 부진한 실적에도 미래에셋생명의 본업 경쟁력이 견고하다고 평가한다. 단적으로 지난해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은 394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2%나 성장했다.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건강보험이다. 사망보험의 신계약 CSM는 92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8%나 감소했지만, 건강보험 부문의 신계약 CSM은 2317억원으로 일년새 82.1%나 성장했다.

이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래 CSM 산정에 유리한 건강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단행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CSM 잔액내 사망보험의 비중은 기존 37.4%에서 29.0%로 축소된 반면, 건강보험 비중은 28.6%에서 42.5%로 크게 확대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의 조정으로 CSM 조정분이 일년새 두배 가량 확대(-976억원→-1916억원)됐음에도, CSM 잔액은 2조782억원으로 일년새 2.8%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보험영업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연납화보험료(APE)는 지난해 5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86.9%나 증가했다.

◇수수료 중심의 차별화된 구조···금리인하기 '강점'

Fee-Biz(수수료 사업) 중심의 독특한 사업 포트폴리오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Fee-Biz란 투자·자산운용·판매관리 등으로 발생하는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이 대표적인 보험사 Fee-Biz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변액보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변액보험이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국채·공채·채권 등 주로 수익성이 높은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이로 인해 얻어진 투자수익을 보험금이나 환급금을 통해 계약자에게 되돌려주는 상품이다.

단적으로 작년 미래에셋생명의 변액저축보험의 신계약 CSM가 525억원으로, 2023년(119억원)의 4배 이상 증가했으며, 변액투자형 APE는 2366억원으로 일년새 222.0%나 폭증했다.

또한 지난해 3분기 기준 미래에셋생명의 총 자산에서 변액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36.6%로, 상위 4개 생보사(삼성·한화·교보·신한)의 평균 비중(11.0%)을 3배 가량 웃돈다. 반면 총 자산에서 보험계약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5.3%로, 상위 4개사 평균(65.8%)을 크게 밑도는 등 전통적인 보험손익보다 변액보험 중심의 수수료 수익에 치중하는 부분이 크다.

주목할 점은 금리인하기라는 환경적 요인이 Fee-Biz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통상 생보사의 경우 장기 보험계약이 많아 자산 대비 부채의 듀레이션(만기)이 길고, 금리가 하락할수록 자산 대비 부채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만큼 자본이 줄며 자본건전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반면 신규로 운용하는 채권 등의 자산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역마진 우려가 커진다. 이 때문에 금리하락기는 전통적으로 보험사에 부정적 환경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Fee-Biz의 경우 자산운용을 통해 투자 수익을 추구한다. 금리보다 운용 수수료가 수익원이 되는 만큼, 저금리 환경에도 꾸준한 운용보수를 수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리하락기엔 채권 대비 펀드나 주식 등의 투자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고금리 확정형 보험 부채와 관련된 부담이 크지 않고, 수수료 중심의 안정적 수익 구조가 예상된다"며 "금리 변화에 따른 부담이 적고, 증시 개선 등에 따라 변액보험 시장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보사 중 금리 하락 시점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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