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시내 은행 ATM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시내 은행 ATM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 정기감사에서 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로 도마에 올랐던 은행들이 금융사고 예방·재발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며 내부통제에 고삐를 죄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고 감독에 소홀했던 담당 임원을 경질하는 등 징계 수위를 높이고 있어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금융권 온정주의 조직문화가 해소될지 관심이 모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7일 오후 곽훈석 외환그룹장(부행장)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이해광 본부장을 승진시켜 기용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은행권 임원 인사가 연말연초 마무리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우리은행 부행장 인사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문책성 성격이 짙다. 곽 부행장은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산하 지점장의 대출심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직무에서 배제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일 발표한 은행권 정기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불법대출 뿐 아니라 고위 임직원 다수가 연루된 부당대출이 총 2334억원 규모로 취급됐다.

부당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계약서 서류 진위확인 소홀, 이상징후 묵인 등 문제가 다수 적발됐고 금융사고 보고 체계와 징계수준도 다른 은행 대비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취급된 부당대출 중 67%(1567억원)는 이미 부실화돼 은행 경영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프로세스상 내부통제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은행은 관련 담당자에 대한 징계에 이어 각종 내부통제 강화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진 감찰을 전담하는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실장에 법률전문가 이동수 변호사를 영입했다. 또 내부통제전문역을 신설, 은행 영업점 업무 프로세스에 정통한 지점장급 인사들이 내부통제 활동을 전담하도록 했다.

그룹 임원이 연루된 부당대출을 원천 차단하고자 임원 본인과 친인척에 대한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지점장이 직접 매월 두 차례 금고 관리를 수행하도록 했다.

금감원 검사 대상자였던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여신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금융사고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89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취급된 KB국민은행의 경우 대출심사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보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영업점에 대한 본사 차원의 감시체계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시감사 시스템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기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해 선제적으로 금융사고 예방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임직원 대상 윤리 교육을 진행하고, 온정적 조직문화를 개선해 고객 신뢰 회복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금융사고 제로(0)화'를 목표로 내부통제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금감원 지적사항으로 꼽혔던 대출 등 취약한 전산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고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상태다. 지난해 7월 도입했던 '금융사고 상시감지 탐지' 시스템의 경우 본부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을 추가하는 등 한층 고도화할 방침이다.

초고위험 대출 등 자점감사 항목은 본부에서 직접 수행하는 한편, 내년까지 내부통제전문가 인증제도를 기존 사무소장, 자점감사자 등에서 전 임직원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준법감시인력도 2배 수준으로 확충하고, 임직원 내부통제 업무 책임을 명시한 '책무통제시스템'과 '책무관리시스템'을 올해 2분기 도입할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감원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미흡하다고 지적받았던 사항들을 지속 개선해오는 과정"이라며 "아직 금감원으로부터 검사결과를 통보받지 않아 의무적으로 관련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고객 신뢰 차원에서 선제적인 개선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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