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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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연금 분야 '갈아타기' 서비스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이달 말 시행되면 대규모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고객을 뺏고 뺏기는 금융권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은행들은 4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자 수익률 관리에 나서는 한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오는 31일부터 시행된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시행되면 퇴직연금 가입자는 기존 운용상품을 해지(매도)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퇴직연금 계좌를 변경하려면 금융상품을 해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도해지 비용과 시장변화에 따른 손실 등의 부담을 가입자가 떠안아야 한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이같은 가입자 부담 요인을 낮추고 금융권 퇴직연금 경쟁을 촉진하고자 추진됐다.

가입자가 편리하게 퇴직연금 상품을 갈아탈 수 있게 된 만큼 수익률이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상품별로 여러 은행이 고르게 수익률 1위를 기록했지만,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기준 △DC형 비보장 14.14% △DC(확정기여형) 보장 3.69% △DB(확정급여형) 보장 3.92% △개인형IRP 보장 3.47% 등 4개 부문에서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개인형IRP 비보장 부문에서는 KB국민은행이 14.61%의 수익률로 1위를 기록했고, DB형 비보장 부문에선 신한은행이 12.32%의 수익률을 기록, 1위에 올랐다.

퇴직연금 적립금 부문에서는 신한은행이 42조7010억원으로 가장 앞서 있다. 이어 KB국민은행 39조5015억원, 하나은행 37조78억원, 우리은행 25조348억원, NH농협은행 22조1913억원 순이었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은행이다. 이는 증권, 보험 등 다른 업권에 빼앗길 가입자가 가장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 수익률을 다른 업권까지로 넓혀 보면 △DB형 보장·비보장 △DC형 보장·비보장 △개인형IRP 보장·비보장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은 모두 증권·보험사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DB형 보장 신영증권(4.49%)·푸본현대생명(4.60%) △DB형 비보장 KB증권(12.63%)·삼성화재(18.30%) △ DC형 보장 KB증권(6.21%)·IBK연금보험(4.23%) △DC형 비보장 하나증권(14.42%)·미래에셋생명(15.14%) △개인형IRP 보장 KB증권(7.56%)·푸본현대생명(4.04%) △개인형IRP 비보장 우리투자증권(18.37%)·미래에셋생명(14.90%) 등이 각 부문에서 수익률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은행권 1위 수익률보다 높은 수치다.

증권·보험사들은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퇴직연금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도 이에 맞서 퇴직연금 조직을 강화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고객 지키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연금 관련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연금 특화 점포를 추가로 개설하는 한편, 퇴직연금 이전을 도와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개발에도 나섰다. 하나은행은 연금 전문관리 서비스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확대했고 우리은행은 고객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연금다이렉트 마케팅팀을 신설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간 경쟁을 넘어 다른 업권들과도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게 부담이 크다"며 "수익률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고객 니즈가 높은 분야로 투자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게 앞으로의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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