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조만 잡는다고 건설 현장 달라질까?  
[기자수첩] 노조만 잡는다고 건설 현장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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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 초 정부는 건설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불법 관행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그 의지는 '건폭(건설 현장 폭력배)', '갈취', '약탈' 등 대통령의 강렬한 언어로도 드러났다. 연일 양대 노총에 회계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건설노조의 채용이나 장비 사용 강요, 월례비나 전임비 요구 등의 불법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기조 속에서 경찰청은 최근 3개월간의 건설 현장 불법 행위 특별단속을 통해 2863명을 적발하고 29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노조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거나 자포자기했던 건설업체들도 정부의 노조 규제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대부분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노조 때리기'가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를 바로 잡는 유일한 해법이 된 듯한 모습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건설 현장에서 채용 강요, 월례비 등 사례가 발생하는 원인이 노조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근본적으로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체계에서 비롯된다. 건설회사는 건설 기계 장비와 타워크레인을 직접 소유해 운영하면 막대한 투자·관리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외주화했고 산업재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인력 관리 책임을 전문건설업체와 외부에 떠넘겼다. 하청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외주업체들은 인력과 비용 감축을 위해 공기를 줄여 무리한 작업 지시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불법 행위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빨리빨리 주먹구구 문화'를 없애지 않으면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또 지금과 같은 하도급 체계는 결국 안전관리 소홀과 부실공사로 인한 중대재해, 건축물 품질 하자, 아파트 붕괴 사고 등 대형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건설 현장에서 새로운 생산관리, 인력관리시스템을 마련하려면 무엇보다 건설노동자와 건설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지금처럼 노조를 압박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단지 지지율과 성과를 위한 '노조 때리기'가 아니라면 건설업계에 뿌리 깊게 이어져 온 문제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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