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울뿐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기자수첩] 허울뿐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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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지난해 12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세종특별자치시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됐다. 시행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잡음이 무성하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 컵에 자원순환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사용한 컵을 반납할 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골자다.

일회용 컵 반납은 음료를 산 곳이 아니어도 보증금제 적용 대상이면 어디든 가능하다. 보증금 중복지급을 막고자 컵에는 바코드 스티커를 붙인다. 소비자는 간이회수기에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후 부여받은 회원 일련번호(바코드)와 일회용컵에 표시된 일련번호(바코드)를 순서대로 읽히면 일회용컵을 반납하고 보증금 300원을 미리 등록한 계좌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당초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난해 6월 10일 전국 3만8000여개 매장을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2일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시범으로 시행하고 있다. 세종시과 제주시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한 만큼 선도지역에서 1년 이상 모니터링을 한 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환경보완 취지는 좋지만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적용 점포는 각종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우선 일회용컵에 표시된 일련번호(바코드) 라벨로 300원을 추가로 반납하면 환급해주는 제도를 두고 말이 많다. 일회용컵 한 개당 보증금 라벨 구입비(6.99원), 컵 회수 처리 비용(투명한 표준 일회용컵 4원, 상표 등이 인쇄된 비표준컵(10원)과 보증금 반환에 따른 카드 수수료(3원)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일부 까페는 점주 혼자서 근무하는 경우 반납한 일회용컵을 내부에 보관하는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일회용컵을 회수해 보관하는 인력까지 고려하면 인건비 부담까지 생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적용하는 대상 사업체 기준을 놓도고 형평성 논란이 뒤따른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 사업체 기준이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커피·음료·제과 제빵·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운데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장으로 돼 있다. 문제는 아이스크림·빙수·디저트 프랜차이즈의 경우 일회용컵 사용량이 많음에도 기타 외식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커피 판매량이 많은 개인 카페·무인 카페·편의점도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제주시의 전체 식음료 판매점은 3394개인데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업소는 467개소에 불과하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지에 들어선 일부 개인 매장들은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훨씬 많은 일회용컵을 제공하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부 매장에선 아예 일회용컵을 제공하지 않거나 자체적으로 별도의 보증금을 받는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컵가디언즈·제주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제주도 내 제도 적용 매장 352곳 중 163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42%에 달하는 56곳이 사용하고 난 일회용컵의 반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직원이 대면으로 반납을 받은 매장이 47곳, 매장이나 공공장소의 회수기계를 통해 반납이 가능한 곳이 33곳이었다. 반납을 위한 관련 기계가 설치돼 있어도 작동이 되질 않거나, 전원을 뽑아놓은 매장도 23곳에 달했다.

환경부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파악해 제주시·세종시에서 시행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보완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모아놓은 컵을 회수하는 데 지원이 필요하고, 교차반납 원칙에 따른 관리감독과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세종과 제주 지역의 애로사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참여 매장 점주들의 부담이 있다면 경감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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