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끄기 급급' 尹정부 부동산 대책
[기자수첩] '불끄기 급급' 尹정부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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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새해 들어 분양가 상한제·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무순위 청약에 유주택자 신청 허용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장치를 잇따라 완화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에 힘입어 1순위 청약에 실패했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은 지난달까지 진행된 일반분양 및 당첨자 계약에서 81.1%의 계약률을 보이며 선방했다. 이달 8일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899가구 모집에 4만1540명이 몰려 4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업계의 충분한 논의 없이 '급한 불 끄기식'으로 내놓은 대책인 만큼 유주택자, 다주택자 투자 수요 및 갈아타기 수요에 초점이 맞춰지며 오히려 실수요, 무주택 서민들의 기회의 폭을 줄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완화책으로 가격 방어가 형성되며 서민·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시기는 더 멀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고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자와 현금 부자들에게는 집값 바닥이 어디일지, 분양가가 낮아 로또가 될만한 단지는 어디일지 고민하면서 좋은 매물을 싹쓸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다.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규제 완화요? 솔직히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규제가 풀려서 혜택을 받는다는데 글쎄요...지금 걱정은 대출이자를 갚을 능력이 되는지 그 고민이 가장 큰 상황이에요"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로선 자금 동원력이 좋고 정책에 반응해 발 빠르게 거래를 일으키는 다주택자를 시장에 유인함으로써 빠른 시장 회복을 유도하려는 복안이었겠지만 그 방법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투기 수요를 통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가격 반등은 결국 미래에 다시 터질 거품을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간에 너무 많은 대책이 쏟아지면서 시장 혼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주택가격 하락기, 고금리 시기에 당장 약발이 먹히지 않을뿐더러 후일 투기 수요를 불러와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실물 경기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남은 규제 완화 카드가 무엇일지도 우려된다. 

옛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너무 급한 해결 방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부동산 문제는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화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다주택자가 좌지우지하는 기형적 주택시장을 바꾸지 않으면 부동산 등락에 따른 경제 리스크는 반복될 뿐이다. 빠르고 쉬운 정책이 아닌 촘촘하고 세심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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