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플랫폼 규제, 여우 잡으려고 호랑이 부를라
[기자수첩] AI·플랫폼 규제, 여우 잡으려고 호랑이 부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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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정부가 이달 방한한 샘 알트만 오픈 AI 대표에 이어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최고경영자)와의 만남 자리를 가졌다.

두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및 각 정부 부처와 만나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며 국내 기업에 투자와 협업을 진행하겠다는 메세지를 전했다.

지난 9일 알트만 오픈 AI 대표는 한국의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업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고,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 역시 지난 22일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약 25억달러(3조225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전했다.

이는 정부가 글로벌 AI(인공지능)·플랫폼 기업 총수들과 만나 국내 기업과의 협업을 주도하고 해당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그림처럼 보이나, 정작 이를 바라보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픈 AI의 '챗GPT'를 위시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자체 생성형 AI '바드'를 내세운 구글이 국내 검색 플랫폼 시장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에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원칙 중심의 AI 규제 등 각종 규제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 역시 넷플릭스의 공세에 왓챠,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 대비 높은 세액공제율과 미비한 지원 등 큰 관심을 쏟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위험성은 분명히 인지하고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특정 기업의 시장 지위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독점적 지위 남용이 발생할 수 있고, 지난해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사건에서도 확인했듯 사회망에 대한 리스크 분산에도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요지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100% 자율에 맡겨야 한다"가 아니라, 규제에 대한 전략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에 속도를 높이고, 해외 글로벌 플랫폼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일은 자칫 잘못하면 여우를 잡기 위해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 시장에 대해서는 이제 막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AI 주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고 사후 조치적 성격의 규제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해외 글로벌 기업의 자본에만 의존한 지원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외연 성장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해외 자본과 기술에 대한 종속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기술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사용 비용을 일방적으로 올리거나, 데이터 클라우드 독점으로 해당 국가에서 편항적으로 가공된 정보만을 받게 돼도 대처할 방법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는 어렵더라도 사후 대처가 가능하지만, 독점 주체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일 경우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 등 특수성을 지닌 나라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구글의 검색엔진이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나라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고자 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생성형 AI와 플랫폼 경쟁이 국가 간 패권 다툼으로 번져간 지금은 보다 큰 공공의 적과 맞서기 위한 대비가 우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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