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쌀가루로 밀가루 대체 가능할까
[팩트체크] 쌀가루로 밀가루 대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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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제빵 업계 "식감과 가격 차이 커서 바꾸기 어렵다"
이봉식 대림대 교수 "정부 비축미 늘리면 가능할 수도"
서울 목동역 제과점에서 구매한 크림치즈 먹물찰빵(왼쪽)과 마약옥수수빵. (사진=김종현 기자)
서울 목동역 제과점에서 구매한 크림치즈 먹물찰빵(왼쪽)과 마약옥수수빵. (사진=김종현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종현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분질미(쌀가루)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쌀가루 보급을 늘려 2027년까지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서울파이낸스'가 쌀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밀가루엔 글루텐 성분이 들어있어 상품을 만들 경우 쫄깃쫄깃하고 푹신푹신한 맛을 낼 수 있다. 쌀가루로 만들 경우 밀가루 상품과 달리 만들어야 한다. 쌀가루가 밀가루를 온전히 대체할 순 없다." 

국내 제분업계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우리가) 쌀가루를 쓰는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 쌀빵이 밀빵보다 소화가 잘 되고 건강에 좋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쌀빵을 만드는 업체 관계자도 밀빵의 식감을 낼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오랜 기간 쌀을 주식으로 삼은 한국인 특성상 밀보다 쌀에 더 친숙하고 소화도 더 잘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귀띔줬다. 

14일 오후 서울파이낸스는 서울 지하철 역사 안에서 볼 수 있는 두 제과점에서 직접 쌀빵과 밀빵을 먹어봤다. 한 곳은 신도림역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제과점, 다른 곳은 목동역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제과점이다. 

신도림역 지하철 역사 입구에 다다르자 빵 굽는 냄새가 코 안을 맴돌았다. 진열대엔 갓 나온 수십 가지 쌀빵이 진열돼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소보루 빵과 롤케이크를 사서 맛봤다. 한 번 씹자마자 빵조각은 한 줌 가루가 됐다. 속으로 넘기자 더부룩함 없이 편안함을 느꼈다. 기름지고 더부룩한 느낌이 나는 밀빵과 대조적이었다. 

목동역에 도착하자 구수한 빵 냄새가 났다. 신도림역 제과점과 달리 목동역 제과점에선 익숙하지 않은 빵을 볼 수 있었다. 이름이 특이한 빵 두 개를 샀다. 밀가루로 만들어서인지 식감이 푹신푹신하고 쫄깃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중인 CJ제일제당 밀가루. (사진=김종현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 밀가루. (사진=김종현 기자)

쌀가루와 밀가루의 가격은 얼마나 다를까. 이성당의 체인점 햇쌀마루 관계자는 밀가루보다 쌀가루가 더 비싸다고 말했다. 쌀가루가 15㎏에 6만원 이라면 밀가루는 20㎏에 2만원 이라는 것이다.

밀가루와 쌀가루를 같이 사용하는 브레드05 제과점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3배가량 난다고 밝혔다. 아직 개방이 안 된 쌀의 관세비율이 밀가루보다 훨씬 높다고 했다. 그는 수입산 쌀엔 4배가 넘는 관세가 부과되고, 국내산 쌀은 수입산 밀가루에 비해 훨씬 비싸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를 찾아 국내산 쌀가루와 수입산 밀가루 값을 살펴봤다. 성진의 국내산 쌀가루 1㎏ 가격은 5480원, 씨제이(CJ)제일제당의 수입산 밀가루 1㎏ 가격은 2350원이었다. 에스피씨(SPC)그룹 관계자는 "쌀가루를 단과자, 빵류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밀가루를 대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웰빙 열풍에 힘입어 쌀가루가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봉식 대림대학교 호텔조리학과 교수는 "쌀가루도 충분히 밀가루의 대체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가 비축미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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