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외교·안보 더 촘촘하게
[김무종의 세상보기] 외교·안보 더 촘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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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있어 정동길을 걷고 있는데 러시아 대사관 앞에 경찰 10여명이 보이고 고성이 들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기도 해 궁금증에 들여다 보니 1인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피켓에는 ‘No War’라고 적혀 있었다.

보도 등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실시간으로 소식이 전해짐에도 저 멀리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날 시위는 마치 현실을 일깨워주는 알람소리 같았다. 시위 주체는 피켓을 보고 활빈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활빈단과 발음상 착각하기 쉬운 활빈당은 홍길동전에 나온 의적의 이름이자 실제 1900년 충청남도 일대에서 시작해 남한 각지에서 반봉건주의와 반제국주의의 기치를 들고 봉기했던 무장민중집단이다.

활빈단은 시민단체로 보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기업 임원의 갑질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1인 시위 등을 통해 폭넓은 주제에 관여하는 모습이다. 홍정식 활빈단 대표는 “이번 사태가 국가 안보에도 영향 받을 수 있다. 대선후보들이 직접 러시아 대사관으로 나와서 전쟁 중단을 촉구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유사성이 있다. 서쪽으로는 유럽, 동쪽과 북쪽으로는 러시아가 자리잡고 있어 열강 사이에 샌드위치 형국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유럽연합(EU)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는 지역인 셈인데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에 가입한다고 하니 전면전까지 불사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대국민 TV 담화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이며 “지금의 우크라이나는 소련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우크라이나를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으로 이미 공격성을 보인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칼럼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아들과 딸을 러시아를 공격하지도 않은 나라를 굴복시키기 위해 목숨을 버리도록 할까요?”라며 이 침공은 결국 실패로 끝날 것임을 강조했다.

지리적으로 우리와 멀지만 세계가 촘촘히 엮여 있어 우리 정부도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책에 분주한 모습니다. 공급망 교란은 물론 에너지발 물가 상승 등 그 여파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 증시도 크게 흔들리고 변동성을 더하는 모습이다. 침공 직후 뉴욕증시는 크게 폭락했다 반등해 상승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의 ‘반전’으로 보기도 하지만 ‘냉정’한 시장의 속성이 더 어울릴 것같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이 돼 있는 상태에서 미국 등 서방의 제재 등 반작용이 기대보다는 강성이 아니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사태는 계속 진행중이어서 당분간 변동성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확산일로인 오미크론에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더해 세계경제가 위축되면 수출 등이 타격을 받아 우리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5%와 0.1% 수준으로 크지 않아 단기적으로 볼 때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 보여도, 사태가 장기화하고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를 취해 나갈 경우 에너지 수급과 원자재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선주자들의 안보·외교 공약도 다시 관심 사항이 되고 있다. 때마침 오늘 저녁 대선후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 2차 TV 토론에서 다시 한 번 격돌하면서 안보·외교가 이슈가 될 전망이다.

통일을 대비하며 우크라이나처럼 지정학적 위치가 예사롭지 않은 우리의 안보와 외교 틀을 다듬을 때다. 한반도 주변 4강 중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기틀을 마련한 스트롱맨이 통치하며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이에 걸맞은 안보·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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