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對러시아 경제 제재 시 진출 기업 타격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대기업이 러시아에 설립한 해외 법인은 53곳이었고, 현대차그룹은 가장 많았다. 향후 미국, 유럽 등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본격화하면 현지 진출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에 따르면 국내 72개 그룹 중 삼성과 현대차 등을 포함해 16개 그룹이 53개 법인을 러시아에 설립했다. 우크라이나(12곳)보다 41곳이 많다. 국내 대기업들이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 시장을 더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룹별로 보면 현대차그룹이 18곳으로, 전체의 34%를 점유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계열사인 현대차를 필두로 △기아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위아 △이노션 △현대머티리얼 등 법인을 세우며 러시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사업 분야도 완성차 제조 및 부품 판매업을 비롯해 소프트웨어개발, 자동차 애프터서비스(A/S) 부품 판매, 해외스틸서비스센터, 건설업, 운송서비스업, 광고대행업 경영컨설팅 등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 LLC(HMMR)'와 'Hyundai Truck And Bus Rus LLC(HTBR)' 법인을 직접 지배 중이다. 현대제철은 'Hyundai Steel Rus LLC' 법인을, 현대건설은 'Hyundai Engineering & Construction RUS' 계열사를 세워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음으로 삼성과 롯데그룹은 현대차그룹의 절반인 9개 법인을 러시아에 설립했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통해 전자제품 판매 등의 사업의 목적으로 'Samsung Electronics Rus Company LLC'와 'Samsung Electronics Rus Kaluga LLC' 회사를 배치했다. 이외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SDS, 제일기획 등도 러시아에 계열사를 둔 최대주주들이다.
롯데는 호텔롯데를 통해 숙박시설업을 위한 러시아 법인을 만들었다. 롯데상사, 롯데제과, 롯데쇼핑 등도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이중 롯데상사는 소 사육업을 위해 'Lotte International Khorol LLC' 법인을, 작물 재배업을 위해 'LOTTE INTERNATIONAL MIKHAILOVKA' 계열사를 러시아에서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SK와 CJ, 두산, KT&G 그룹은 각 2개 법인을 러시아에 뒀다. SK는 석유제품 판매 등을 위해 국내 회사 SK루브리컨츠가 'SK Lubricants Rus Limited Liability Company'라는 러시아 법인으로 사업을 영위 중이다.
CJ는 식료품 제조 목적으로 'CJ RAVIOLLO RUS' 법인을 러시아에 세웠다. CJ제일제당이 최대주주다. 두산은 두산건설을 통해 'Doosan Engineering and Construction' 법인을, KT&G는 담배제조 및 판매 사업을 위해 'KT&G Rus L.L.C.' 계열사를 둔 것으로 조사됐다.
LG와 포스코, DL, 효성, SM, 한국타이어,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장금상선 그룹은 각 1개의 계열사를 운영 중이다. LG는 LG전자를 통해 전자제품 생산 및 판매를 위해 'LG Electronics RUS, LLC'가, 포스코는 철강 사업을 위해 'POSCO RU Limited Liability Company'라는 계열사를 갖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해외법인의 경우 향후 미국과 동맹국, 유럽 등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고강도 금융 및 경제 제재 등이 본격 진행되면 공장 가동 중단 등 직접적 경제 타격을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수급이 불안정해져 국내 기업들도 여러 산업분야 등에서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