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이번 달 진행된 부지조성 공사 입찰에 건설사들이 단 한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진=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국토교통부)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사들이 공공 발주 공사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노선, 서부선 등 주요 사업에서 건설사 이탈과 유찰이 잇따르고 있다. 공사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사업성이 떨어지고, 공사 난이도와 위험 부담이 커진 탓이다. 건설업계는 공사 예산 현실화와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의 수의계약 대상자였던 현대건설은 지난달 말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대우건설(18%)과 포스코이앤씨(13.5%)가 사업을 주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분 재조정 등 내부 조정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네 차례 유찰을 겪은 끝에 찾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주축이 빠지면서 2029년 개항 목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GTX-B노선(인천 송도~경기 마석) 민자사업도 착공식 이후 1년이 넘도록 실질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에서 DL이앤씨, 롯데건설 등이 이탈했고, 현대건설도 지분 20% 중 13%를 내놨다. 중견 건설사들이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2030년 개통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경전철(도시철도) 서부선 사업은 17년째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두산건설 컨소시엄에서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이 이탈한 뒤 대체 건설사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2008년 처음 추진된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도 GS건설이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한 뒤 두 차례 총사업비 조정과 사업조건 완화로 민간사업자 모집을 시도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결국 서울시는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했다.

공공 발주 사업 위축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대한건설협회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술형 입찰을 분석한 결과, 유찰률은 2022년 64.3%에서 지난해 71%까지 치솟았다. 유찰된 22건 중 10건은 두 번 이상 유찰이 반복됐고,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건설사들이 공공 공사를 기피하는 배경에는 과도하게 낮은 공사비가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산출한 지난해 건설공사비지수는 130.39로 2020년(100)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공공공사는 최초 계약 단가로 연차공사로 진행돼 자재비·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기 어렵다.

공사 난이도에 비해 사업성이 낮다는 점도 요인이다. 아파트 등 민간 주택사업은 2~3년 내 완공·분양이 가능하지만, 인프라 사업은 7~10년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사업 기간이 길고, 개통 후 수요 예측 실패 시 손실을 민간사업자가 떠안아야 하므로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첫 삽을 뜨는 순간부터 손해가 나는 구조"라는 말이 나온다.

공사 현장의 지형 조건 극복과 공기 단축 요구로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위험도 크다. 올해만 해도 서울~세종 고속도로 안성 구간 교량 상판 붕괴로 4명이 사망했고, 부산 도시철도 공사 구간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예산·투자 확대와 공사비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SOC 예산은 감소세가 이어져 2010년 46조3000억원에서 2021년 53조4000억원까지 늘었다가 2023년 42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건설공사비 변동에 따른 SOC 예산현액은 2010년 60조4000억원에서 2023년 33조100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인건비 등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SOC 예산은 과거 10개 업체가 하던 공사를 현재 5개 건설사가 할 정도로 줄었다"며 "공공 공사 수익성은 2~3%에 불과한데, 현재는 손해가 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이 버텨야 하므로 SOC 물량 확대와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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