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당초 3조6000억원 규모로 추진했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한다. 이는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일부를 다시 한화에어로로 이전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8일 한화에어로는 정정 공시를 통해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 3개 법인이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조 조정을 통해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한다. 반면 기존 소액주주들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15%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대주주가 시가로 신주를 인수하는 이번 구조가 소액주주의 지분 희석 부담을 줄이는 데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너지가 참여하는 유상증자는 주가 방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2월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너지에 매각하며 1조30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 한화에너지가 참여하게 되면 해당 자금이 다시 한화에어로로 유입되는 구조가 완성된다.
한화그룹은 이 같은 구조를 통해 1조3000억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사용된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입장이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하고, 김동관 부회장이 투명한 승계를 강조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는 "소액주주의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필요 자금 3조6000억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1조3000억원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하며, 실제로 자금 일부는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사용됐다"며 "불필요한 승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화에어로는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1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또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회사는 '10년 내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총 11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해외 생산거점 확보, 항공우주 R&D, 인프라 확대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는 현재를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유럽 방산 시장의 블록화가 본격화되기 전 폴란드 등 주요 지역에 생산기지를 확보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조선 및 에너지 시장 또한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해양 물류 재편, 탈탄소화, LNG 수요 증가 등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는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