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부실 충격 대비"···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
"PF부실 충격 대비"···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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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스프레드' 경신···채권 발행 우호적 환경 조성
4대 금융, 위험가중자산 증가···건전성·적정성 제고 '과제'
국내은행들의 지난해 이자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들어 금융지주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에 대비,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등했던 채권금리가 다소 안정화된 점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우호적인 환경이 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5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크게 상회하는 매수 주문을 받아, 기존 발행계획 27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증액해 발행하기로 했다. 5년 콜옵션(조기상환) 조건이 붙은 신종자본증권으로, 매수 주문액만 7670억원에 달했다.

발행금리는 4.45%로, 같은 날 국고채 5년물 금리(3.441%)와의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차)는 101bp(1bp=0.01%p)다. 이는 역대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스프레드 가운데 가장 낮다. 그만큼 낮은 가산금리를 붙여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발행 금융회사 입장에선 조달비용을 크게 낮췄다는 의미다.

하나금융에 앞서 지난달 신한금융지주가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도 금리가 4.49%, 스프레드는 116bp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신한금융도 애초 2700억원을 발행하려고 했으나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발행액을 4000억원으로 늘렸다. 신한금융의 신종자본증권 역시 5년 콜옵션 조건이 붙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난달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을 4.49% 금리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계획(2800억원)보다 1200억원 증액한 수준으로 스프레드는 118bp였다. 지방 금융지주사인 BNK금융지주는 이달 초 기존 계획보다 650억원 많은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4.97% 금리로 발행했다. 수요예측에서만 3650억원이 몰렸으며 스프레드는 163bp다.

연초부터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 인기를 끌면서 오는 20일 예정된 KB금융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도 양호한 조건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은 2700억원 규모로 모집할 예정으로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발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긴 채권을 말한다. 채권 형태로 발행돼 부채 성격을 지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돼 건전성 지표인 BIS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금융사들이 자주 활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위험가중자산이 전년 대비 6.3~8.2% 늘고, 일부 금융사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등 자본적정성이 악화하자 자본력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올해 PF 부실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자본 확충 차원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스프레드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자금조달 환경이 크게 개선된 점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지난해 초 23조원 규모 크레디트스위스(CS) 신종자본증권 상각처리 등의 여파로 1년 전만 해도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4% 중후반대에서 형성됐었다. 1년 만에 4% 초중반대로 안정화된 만큼 금리가 저렴할 때 미리 자금을 마련해놓자는 전략인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 발행은 연 단위의 계획을 기반으로, 시장상황을 보고 그때그때 실행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데 최근 시장금리도 많이 안정화됐고 국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 우량물로 인식돼 찾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며 "당국의 자본력 강화 주문도 있었고, 차환 발행을 염두에 두고 금리가 쌀 때 발행하자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통상적으로 연초인 1~2월에 후순위성 채권을 발행한 금융지주회사가 4~5개사였던 것에 비해 올해에는 총 6개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이라며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권고와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관련 손실 발생에 대응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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