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下] 경기둔화 경고음 커지는데···가계빚·부동산PF '부실 뇌관'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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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수장들 '건전성 관리·금융안정' 한목소리
누적된 부채·부동산PF 연체율 상승 등 악재 여전
4대 금융지주 부실채권 8조···충당금만 9조원 적립
수출입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출입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안정', '건전성 관리', '손실흡수능력 강화'.

올해 초 주요 경제 수장들이 한 데 모인 자리에서 공통으로 강조된 말이다. 새해 연초부터 경제부총리와 금융 당국 수장,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금융수장들은 하나같이 '위기'를 경고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경기 위축과 한국 경제의 뇌관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가계부채 문제 등을 맨 앞에서 바라봐온 이들의 발언에는 실물과 금융 전반에 걸친 위기의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간 오랜 저금리 시기를 틈타 쌓인 부실이 가계·기업, 금융시장 곳곳에 잠재돼 있어서다.

경제 불확실성은 높아졌고,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도 여전하다. 누적된 빚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상승 등 금융시스템 내 잠재 위험 요인이 산적해 있는 만큼,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찮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은행권 중에서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평균 0.25%로, 전년 말(평균 0.20%)보다 0.05%포인트(p) 상승했다. 4대 은행의 평균 연체율이 2019년 0.25%, 2020년 0.21%, 2021년 0.17% 등으로 꾸준히 내림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이들 은행의 연체율은 일제히 올랐다. 국민은행이 0.16%에서 0.22%로, 하나은행은 0.20%에서 0.26%로 각각 0.06%p 뛰었으며, 신한은행은 0.21%에서 0.26%로 0.05%p, 우리은행은 0.22%에서 0.26%로 0.04%p 상승했다.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들의 부실 자산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4대 은행의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말 평균 0.25%로, 전년 말(0.21%) 대비 0.04%p 상승했다. 4대 시중은행의 NPL 규모는 같은 기간 24.2% 늘어난 3조386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대출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눈다. 부실 위험성에 따라 분류하는 것인데, 이 중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어서는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의 경우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리·관리한다. 이 규모가 클수록 손실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은행뿐 아니라 금융회사들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하는 속도도 가파른 편이다. 4대 금융지주의 NPL 규모는 7조937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 불어났다. 이 가운데 KB금융의 NPL 규모는 전년과 비교해 71.9% 급증한 2조5078억원에 달했다.

신한금융의 NPL 규모도 이 기간 동안 36.5% 증가하면서 처음 2조원(2조1830억원)을 돌파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1조9500억원, 1조29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4.8%, 19.9% 증가했다.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배경에는 가파른 금리 인상 등이 꼽힌다. 낮게 유지되던 기준금리가 2021년 8월 시작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로 빠르게 오르면서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올해 역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대출 금리는 높고, 실질소득은 줄어 차주의 상환능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PF 부실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돼버렸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코로나 이후 가계부채의 현황과 위험도 점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이자율 급등으로 인해 차주의 상환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율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가계부채 부실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부동산 부실 우려 등으로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도 올해 경영 전략 키워드로 '리스크 관리'를 제시, 부실 방파제 쌓기에 한창이다. 위기 의식도 깔려 있지만, PF 부실 충격 등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역대급 충당금'의 배경이 됐다.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당분간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8조9931억원으로, 총 9조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7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각 지주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모습이다.

작년 KB금융은 전년 대비 70.3% 늘어난 3조146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으며, 신한금융도 70.8% 늘어난 2조2512억원, 하나금융은 41% 증가한 1조7148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우리금융의 충당금은 전년보다 112.4% 늘어난 1조8807억원을 기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길어졌고, 한계차주 중심으로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했지만 당국이 요구하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해선 당분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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