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정리에도 건전성 뒷걸음···카드사 올해도 '먹구름'
부실채권 정리에도 건전성 뒷걸음···카드사 올해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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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상각 32.4% 늘렸지만···연체율 1.34% '0.31%p↑'
대손비용 61.5% 증가에도 NPL커버리지비율 71.6%p↓
연체 전이율도 급등···"대손비용 40% 확대될 수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사들이 건전성의 딜레마에 빠졌다. 부실채권을 대거 처리했음에도 연체율이 급등한데다, 연체전이율도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손비용을 1조원 이상 늘렸음에도 손실흡수능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대두되며, 올해 대손비용이 40% 이상 확대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주계열 4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평균 연체율이 1.34%로 전년 대비 0.31%포인트(p) 상승했다.

4개사의 연체액 규모도 작년 말 기준 4조9314억원으로 일년새 55.5%나 급증했다. 특히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해 연체액(7188억원)이 일년새 110%나 급증하면서, 연체율(1.66%)도 0.69%p나 악화된 상태다.

다만 3분기 대비로는 평균 연체율이 0.06%p 개선됐다. 4분기 연체액 규모(1조2520억원)도 전분기 대비 2.8%나 감소하는 등 분기별로 보면 건전성이 소폭 개선된 상태다.

문제는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했는데도 연체율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신한·KB국민카드가 대손상각 처리한 채권 규모는 1조3979억원으로 일년새 32.4%나 확대됐다.

대손상각이란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없어졌거나, 청구권이 소멸돼 회수가 불가능해진 채권을 영업손실로 처리한 것을 뜻한다. 고금리 기조 속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차주가 그 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전성의 질도 나빠졌다. 지난해 4개사의 대손충당금전입액은 2조50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1.5%(9551억원)나 급증했으며, 반대로 4개사의 지난해 순이익(1조2561억원)은 11.5% 감소했다. 특히 우리카드는 높은 비용 증가세와 맞물려 순이익이 45.3%나 급감했다.

주목할 점은 충당금을 확대했음에도 손실흡수능력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4개사 평균 NPL커버리지비율은 289.8%로, 2022년 말과 비교해 71.6%p나 떨어졌다. 이 중 KB국민카드만 소폭(11.9%p) 개선됐을 뿐, 나머지 3개사 모두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진 상태다.

연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의 '2개월 이상 연체전이율'은 1.179%로, 전년 말 대비 0.375%p나 상승했다.

2개월 연체전이율이란 정상채권이 2개월 넘게 연체되는 비율로, 선제적 부실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같은 기간 카드론의 연체전이율(0.56%)은 0.177%p 상승했으며, 할부 연체전이율(0.316%)도 0.114%p 악화됐다.

이처럼 떨어진 건전성의 질과 손실흡수능력은 올해에도 카드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2개월 연체전이율이 현재 수준(0.391%)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올해 대손비용이 약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전이율이 10% 가량 상승할 경우 대손비용 상승분은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카드사의 경우 대출 포트폴리오 특성상 차주 구성이 시중은행 대비 신용점수가 낮은 개인 등으로 구성됐다. 건전성 저하폭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특히 타 카드자산 대비 건전성 저하 위험이 높은 리볼빙 이월잔액의 규모가 늘고 있다. 향후 건전성 하락 압력으로 대손준비금 전입액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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