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K가스 신사업 모멘텀 울산 LNG탱크 건설현장
[르포] SK가스 신사업 모멘텀 울산 LNG탱크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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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47 여객기 2대 크기···2024년 상업가동
LNG 브릿지로 수소·암모니아 전환 프로젝트
파이낸셜스토리 "넷제로 솔루션 프로바이더"
SK가스가 울산 북항에 건설중인 LNG탱크 (사진=박시형 기자)
SK가스가 울산 북항에 건설중인 LNG탱크 내부 모습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임시로 설치된 계단을 오르자 둥그렇고 커다란 텅빈 공간이 나타났다. 정 반대편에 열린 문이 손톱보다 작게 보이는데 비교 대상이 없어 거리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보잉 747 여객기 두 대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입니다"라는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21일 SK가스가 울산 북항에 건설중인 지름 86.4m, 높이 38.7m 규모의 LNG탱크 내부에 대한 첫인상이다. 2024년이 되면 이 공간은 액화천연가스(LNG) 21만5000㎘로 꽉 채워진다.

좀 더 쉬운 단위로 환산하면 SK가스가 인근에 건설 중인 1.2GW 규모(원전 1기에 해당하는 전력설비 용량)의 LNG/LPG 화력발전소인 '울산GPS'에서 약 한 달 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때 생산되는 전기는 울산시 45만 가구가 6개월간 쓸 수 있는 양이다.

SK가스가 울산 북항에 건설중인 LNG탱크 콘크리트 외벽 (사진=박시형 기자)
SK가스가 울산 북항에 건설중인 LNG탱크 콘크리트 외벽 (사진=박시형 기자)

LNG탱크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콘크리트와 수천개의 강관, 철판, 단열재 등이 총 3미터 두께로 겹겹이 벽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LNG는 -165℃의 극저온 상태라 기화하려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보온병처럼 내부에도 플레이트라는 특수합금강 탱크를 하나 더 만들어 LNG를 보관하게 된다.

이 같은 설계는 4800년에 한 번 올 법한 대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울산 북항에는 이미 LNG탱크 2기의 건설이 상당부분 진행됐다. 또 지난 7월 에쓰오일(S-OIL)과 LNG 터미널 이용 계약(Pre-TUA)을 체결하는 등 수요처를 확보하게 돼 올 하반기 1기가 먼저 완공될 예정이다. SK가스는 향후 추가 수요처가 확보되면 1기를 더 지어 총 4기의 LNG 탱크를 운영할 예정이다.

회사는 울산GPS에 연간 약 80만톤 규모의 LPG를 사용할 예정이며, LNG 직도입으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NG열병합 발전소인 SK멀티유틸리티에도 연간 약 30만톤의 LNG를 공급한다. SK멀티유틸리티는 기존 노후화된 석탄열병합 발전 설비를 LNG발전설비로 전환한 첫 번째 발전소다. 

SK가스는 LPG 사업에서 LNG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앞으론 수소·암모니아 등으로 사업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SK가스는 지난해 미래성장전략을 담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탄소 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넷제로 솔루션 프로바이더(Net Zero Solution Provider)'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다.

SK가스는 울산 내 LNG 인프라를 구축해 타사에 공급하는 사업 외에도 LNG 냉열을 활용한 액화수소 생산, LNG추출 수소, 수소연료전지 등 LNG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최종 목적지인 무탄소 청정에너지 수소·암모니아로 사업을 전환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SK가스가 울산 북항에 건설중인 LNG탱크 (사진=박시형 기자)
SK가스가 울산 북항에 건설중인 LNG탱크 (사진=박시형 기자)

김용범 SK가스 커넥트센터장 부사장은 "최근 에너지 가격, 특히 LNG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면서 "SK가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LPG 사업을 기반으로 혼소 등을 통해 LNG로, 수소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잘되면 새로운 모델로 '카피 앤 페이스트'(Copy & Paste)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이번 사업 전환을 50년 전 일본의 LNG 시장 진출로 빗대 설명했다.

과거 일본 발전사들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찾아가 LNG를 20~30년 동안 안정적으로 수입하겠다며, 직접 LNG 설비에 투자하고 개발해 겨우 시장을 만들어냈다. SK의 LNG·수소 사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산업계가 자동차나 배를 생산하거나, 이를 통한 부가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탈탄소·친환경을 해야만 하는데 다른 대안이 없으니 LNG·수소에 투자하고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용범 SK가스 커넥트센터장 (사진=SK가스)
김용범 SK가스 커넥트센터장 (사진=SK가스)

SK가스는 PDH(Propane De-Hydrogenation)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기반으로 수요처를 발굴하고, 현재 건설중인 LNG탱크의 냉열을 통해 수소를 액화하는 공정을 개발, 사업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액화한 수소는 전국 100여개 이상 구축된 LPG충전소들을 활용한 수소충전소에 보내 판매한다.

수소가 대규모로 사용되는 연료전지 발전업에도 진출한다.

부생수소와 LNG를 개질한 블루수소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수소의 운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 사업도 추진한다. 아직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 부족하지만 여차하면 들여온 암모니아를 고성그린파워 등 석탄발전에 섞어 탄소배출를 저감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암모니아와 LPG가 액화 온도가 비슷하다(LPG -42도, 암모니아 -33도)는 점을 활용해 암모니아/LPG 겸용 배·탱크 등을 만들 수도 있다.

SK가스는 이를 통해 2040년까지 수소사업 매출 5조원을 달성하고, 국내 시장 20%를 점유한 빅3 수소 사업자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 센터장은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한꺼번에 할 수는 없으니,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을 잘 활용해 타이밍을 보면서 당장 추진할 것과 나중에 추진할 것들을 선별해 하고 있다"며 "10년 전 단순 LPG 회사에서 LNG 사업에 이어 청정수소 사업까지 빠르게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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