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상장, 경영권 문제로 또 막혔다···코스피행 '안갯속'
교보생명 상장, 경영권 문제로 또 막혔다···코스피행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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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상장예비심사 미승인···경영 안정 전까지 승인 어려워"
상장 적격성 '발목'···교보생명 "분쟁 매듭 후 IPO 재추진할 것"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8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열린 '비전2025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021년 4월28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열린 '비전2025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세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에 나선 교보생명이 경영권 분쟁에 발목이 잡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에 또다시 실패했다.

한국거래소는 8일 교보생명의 상장공시예비심사에서 미승인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의 상장이 적격한지를 판단한 결과, 상장 승인이 어렵다고 결론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이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200일 만에 나온 결론이다. 

교보생명은 IPO를 경영권 분쟁의 돌파구로 삼으려 했으나, 재무투자자(FI)들과의 법적분쟁 리스크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 때문에 경영권이 안정화될 때까지 FI들과의 법정분쟁은 'IPO 도전'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5년 IPO를 추진하다 금감원 징계·보험시장 침체 등이 겹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2018년 IPO를 재추진했으나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면서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

◇ 주주 간 분쟁, 상장 적격성에 '걸림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직접 심사 회의에 참석, 상장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상장을 위한 기업규모, 재무 및 경영 성과, 기업의 계속성 등이 모두 확보된 데다 법적 분쟁을 진행하고 있는 FI와 중재에서 유리한 판결을 얻은 만큼, 해당 리스크도 덜어냈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업계에선 교보생명의 예비심사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당초 한국거래소가 주주간 분쟁을 이유로 심사를 늦췄는데, 여전히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회장과 FI 간 공방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면서,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받았다.

이후 교보생명이 IPO를 진행하지 않자 지난 2018년 10월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갈등이 점화됐다. 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에 기업가치평가를 의뢰했는데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을 40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와 안진이 공모해 가격을 부풀렸다며 주당 20만원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안진의 평가가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는 혐의로 2021년 1월에 기소했다. 현재도 신 회장과 FI 측은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비심사에서 교보생명과 FI 간 소송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법적 분쟁에 대한 매듭이 없다면, 코스피행으로 가는 활주로가 막혀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망했다. 

◇ 교보생명, 주주 동의 문제 '산 넘어 산'

상장공시예비심사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 교보생명은 주주인 어펄마캐피털과 'IPO 추진 의견'에 대해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어펄마 측이 교보생명이 전날 밝힌 입장에 대해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   

교보생명은 지난 7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상장공시위원회 개최 소식을 전하며 "어펄마캐피털까지 '빠른 자금회수를 위해 IPO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반면 어펄마 측은 "교보생명이 추진하고 있는 IPO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의 의견을 제공한 적이 없다"며 "IPO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은 사실과는 다른 왜곡된 정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어펄마 측에서 상장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거래소에 밝힌 것으로 알고 있고, 미팅에서도 구두로 IPO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재차 반박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교보생명과 어펄마캐피털 간에 벌어진 진실공방을 두고 어피니티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어펄마 측에서 공식적으로 입장 표현을 안하고 싶었거나 어피니티 쪽에서 어펄마에 항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어펄마캐피털은 KLI Investors라는 법인을 통해 교보생명 지분 5.3%를 가지고 있는 주주다. 최근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과 함께 풋옵션을 행사하고 국제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2대 주주인 어피니티는 IPO와 풋옵션 가격 산정은 다른 이슈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이날 상장 예비심사 결과가 나오자 "주주간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신 회장이 법원 결정과 ICC 국제 판정을 통해 확인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시장의 예측대로 교보생명이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주주 개인의 분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IPO를 추진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 교보생명 "예심 결과 유감···상장 적기 판단 유효"

(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은 이번 예비심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IPO 절차를 계속 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이 상장 적기인 데다 교보생명 주주 약 3분의 2가 IPO에 찬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니티의 계속된 몽니는 결국 교보생명 상장 예비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마침내 회사와 주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 상장 적기라고 판단하고 법적인 상장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다"며 "하루 속히 주주간 분쟁을 마무리하고 재차 IPO를 추진할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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