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준비금 추가' 당국 주문에···은행권, 투자매력 반감될까 '난감'
'대손준비금 추가' 당국 주문에···은행권, 투자매력 반감될까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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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손준비금 8760억원 추가 적립
장기적으로 배당정책 제약·은행주 매력↓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국내 은행들이 향후 발생할 부실에 대비해 8760억원의 대손준비금을 더 쌓기로 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따른 조치인데, 은행권에선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거듭된 대손충당금·준비금 관련 시그널이 향후 배당정책은 물론 주주들의 은행주 투자 매력이 반감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은행에 총 8760억원의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의 작년 말 기준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순전입액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6% 늘어날 전망이다.

당국은 은행의 위기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며 대손충당금·준비금 규모를 더 늘릴 것을 요구해왔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1월 은행 재무담당 부행장 간담회에서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은행권은 3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으나 이 정도로는 손실흡수능력 수준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없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대손준비금은 국제회계기준(IFRS9)에 따라 대출채권에 대한 예상손실액을 책정해 적립하는 대손충당금과는 별도로 쌓는 자본을 의미한다. 대손충당금이 은행업감독규정에 규정된 최소 충당금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대손준비금으로 쌓는 구조다. 대손준비금 역시 배당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손준비금을 늘리면 배당가능이익도 감소하게 된다.

은행권은 충당금·준비금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당국의 계속된 시그널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부실 대비 완충자본을 적립하는 것은 부실 방어력을 높이는 대신 주주 배당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민감한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주주 입장에선 사상 최고 이익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 당국의 압박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은행주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은행이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이나 준비금은 배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금액과는 별개로 무조건 더 많이 쌓아야 한다는 시그널은 주주 입장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대내외 상황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이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당국의 대손충당금·준비금 확대 요구가 계속된다면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실행하기 어렵다"면서 "배당 제한이 풀렸을 때도 평년 수준을 참고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상황에서 은행권에 지속적으로 돈을 더 쌓으라는 것은 배당을 억제하려는 조치로도 읽힐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대손준비금 증액 권고가 배당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익잉여금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추가로 적립할 금액정도로는 배당가능이익에 별 영향이 없다"며 "회계기준상 허용 범위 내에서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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