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뽑고 빨리 내보낸다"···은행권, 몸집 줄이기 본격화
"덜 뽑고 빨리 내보낸다"···은행권, 몸집 줄이기 본격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희망퇴직 확대 실시
신입 행원 채용, 축소···디지털 중심 채용 전환
일회성 비용 출혈에도 고정비 감소 효과 커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새해 벽두부터 희망퇴직에 나서는 은행이 줄을 잇고 있다. 핀테크의 추격으로 생존 기로에 놓인 은행들이 인력구조 효율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권은 예년보다 후한 조건을 내걸어 인력 재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초기 비용이 좀 들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건비는 물론, 비용구조 개선 등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희망퇴직 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최대 36개월치의 평균임금과 함께 자녀 학자금, 의료비 등 파격적인 조건에다 대상 연령대도 낮아졌다.

◇주요 은행, 줄줄이 희망퇴직 '조건 상향·대상 확대'

우선 하나은행은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선정된 특별퇴직자들엔 27~36개월치의 평균임금을 제공한다. 27~33개월치였던 지난해보다 조건이 좋아졌다.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 및 전직지원금도 지급한다.

이와 별도로 1966년 하반기 혹은 1967년에 출생한 일반 직원 대상으로는 '임금피크 특별퇴직'도 실시한다. 1966년 하반기(7월 이후)생은 약 25개월, 1967년생에게는 약 31개월치의 평균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는데, 예년과 달리 대상자가 1967년생까지 확대됐다.

신한은행은 오는 1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 신청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3년 이후 출생자 △4급이하 일반직, RS직, 무기계약인력, 관리지원계약인력 중 1966년생이다. 모두 근속 15년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조건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며, 전직지원금, 자녀학자금, 건강검진비 등의 지원도 제공한다.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KB국민은행의 경우 1966~1971년생을 대상으로, 조건에 따라 23~35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학자금지원이나 재취업지원금 지원은 물론, 건강검진 지원, 재고용 기회도 부여한다.

◇본격적인 '조직 슬림화'···"규모 줄일 수 있는 적기"

은행권은 통상 해마다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감축을 시행해 왔으나, 최근엔 디지털금융 전환 등으로 그 추세가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수익이 크게 개선된 만큼 지금이 조직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마다 채용 규모를 줄여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업계 전반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신입 행원을 덜 뽑으면서도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셈이다.

실제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추산한 5대 은행의 지난해 정기공채 규모는 1382명으로, 2018년(2584명)과 2019년(2158명)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공채 대신 자리 잡은 수시채용은 일반 행원이 아닌 디지털·IT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은행들은 높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4050세대가 주를 이루는 '항아리형' 인력구조의 문제점을 오래전부터 인지한 터라 조직 쇄신을 위해선 희망퇴직 확대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고정비 절감···업계 공통 전략으로 부상

희망퇴직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에도 이득으로 여겨진다. 당장 희망퇴직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이듬해부터는 인건비 전반이 낮아지는 등 고정비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저마다 적지 않은 위로금을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점포 축소나 디지털화 같은 업계 분위기를 비춰 봤을 때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했다"면서 "직급이 높은 직원이 많을수록 나가는 비용 역시 많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인력구조를 바꾸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업계 안팎에선 은행권의 희망퇴직 확대 움직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원하는 인력구조로 조정되기 전까지 희망퇴직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점포당 10~15명의 직원이 배치된다고 가정했을 때,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재배치는 점포축소 흐름과 맞물리면서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면서 "우호적인 조건의 희망퇴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에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내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희망퇴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