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할만 하네"···은행장 보수 넘어선 억대 퇴직금
"명예퇴직할만 하네"···은행장 보수 넘어선 억대 퇴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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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퇴직금 최고액 '우리銀 8억1000만원'
은행 '몸집 줄이기'···후한 조건 내걸며 퇴직 유도
(왼쪽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 일반 행원들 가운데 퇴직금으로 최고 8억1000만원을 받은 사례가 등장했다. 이들이 퇴직과 함께 받은 보수 가운데서는 은행장의 보수를 넘어선 경우도 있었다. 디지털화에 맞춰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은행들이 파격적인 퇴직조건을 내걸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원 '백만장자 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일반 행원을 대상으로 지급한 퇴직금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은 8억1000만원으로 우리은행에서 지급됐다. 부장대우급인 이 직원이 퇴직금과 함께 받은 총 보수(근로+퇴직+기타소득)는 8억3900만원이었다. 또 4대 은행에서 임원급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보수를 받은 행원들은 퇴직금으로만 평균 6억9918만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4대 은행장 및 퇴직 은행원 보수 총액(자료=각 사)
2021년 4대 은행장 및 퇴직 은행원 보수 총액(자료=각 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보수금액 기준 상위 5인(퇴직자)의 보수금액이 은행장의 연봉을 넘어서기도 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총 8억2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진 행장에게는 급여 8억2000만원과 기타 복리후생 명목으로 5000만원이 지급됐다. 진 행장과 임원급을 제외한 상위 5인의 보수는 8억3200만~8억7600만원으로 모두 진 행장보다 높다. 이들 행원이 퇴직금으로만 약 7억원을 받으면서 보수 총액이 높아졌다. 상위 5인 중에는 차장급도 포함됐다.

하나은행에서도 은행원 상위 5인의 보수가 지성규 전 행장과 박성호 현 행장의 연봉을 상회했다. 지 전 행장과 박 행장이 지난해 받은 총 보수는 각각 5억4600만원과 5억3400만원이다. 은행원 상위 5인의 보수는 7억5100만~8억500만원으로 두 행장보다 최소 2억원을 더 받았다.

행장 연봉 1,2위를 기록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도 상위 직원들이 모두 수억원대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허인 전 행장(현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총 15억6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보수에는 급여 7억원과 상여금 7억1900만원, 퇴직소득 1억3900만원 등이 포함됐다. 허 행장을 제외하고 조사역급인 은행원 2명은 퇴직과 함께 각각 8억3300만원, 7억9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9억4000만원을 지급받은 가운데 상위 직원 4명이 퇴직과 함께 7억9700만~8억3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퇴직금만 7억6100만~8억1000만원으로 4대 은행 중 최고 수준이었으며 이들의 직위는 모두 부장대우였다.

일반 행원들이 받은 억대 보수는 대부분 퇴직금으로 이뤄져있다. 이는 은행권의 디지털·비대면 전환 흐름과 맞닿아있다. 디지털화로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파격적인 퇴직조건을 내걸며 조직 슬림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은행들은 희망퇴직 대상자 범위를 대폭 확대하거나 퇴직금 규모를 늘리며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4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떠난 은행원만 1817명에 달한다. 은행권의 디지털 흐름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수억원대 보수를 받는 퇴직 은행원의 등장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 수요는 예전부터 꾸준했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지는 추세"라며 "최근 들어 은행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퇴직금 규모가 크게 늘었는데, 인력 효율성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은행에 이득이다 보니 퇴직조건을 후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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