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머니 무브···고금리 특판 '빛 좋은 개살구'
이유 있는(?) 머니 무브···고금리 특판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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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발급·개인정보 제공 동의 등 조건 붙어
'월 납입액·만기 제한'도···2금융권으로 머니 무브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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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연 5~7%대 고금리 특판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부분 월 납입액 상한을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건 탓에 실제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낮아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만기 6개월 자유적립식 상품인 '신한 더모아 적금'을 선보였다. 오는 9월 말까지 10만좌 한도로 판매되는 이 상품은 월 1000원부터 30만원까지 입금이 가능하다. 기본이자 연 1.0%에 우대금리 연 6.0%를 더해 최대 연 7.0%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자사 거래실적과 우리페이 계좌결제서비스 이용실적에 따라 최대 연 6.0% 고금리를 제공하는 '우리페이 적금'을 출시했다. 적금의 가입기간은 1년이며, 월 납입 한도는 최대 20만원이다. 금리는 기본금리 연 1.0%에 우대금리 최대 연 1.0%포인트(p)와 특별우대금리 최대 연 4.0%p를 더 받을 수 있다.

앞서 KB국민은행도 지난 4월 이마트와 최대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이마트 국민적금'을 선보였다. 만 14세 이상 실명의 개인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고, 매월 10만원씩 정액적립식으로 저축할 수 있는 1년제 적금상품이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특판에 나서는 까닭은 부동산 시장 규제, 가상화폐 시장 이탈 등으로 갈 곳 잃은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당국이 한시적으로 완화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를 대비한 움직임도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눈길을 사로잡는 고금리에도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낮은 편이다. 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이 적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예컨대 '신한 더모아 적금'은 연 6%의 우대금리를 모두 챙기려면 직전 6개월 간 신한카드 이용 이력이 없고, '신한 더모아 카드'를 발급받아 적금 기간 6개월 동안 60만원 이상을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여기에 추가로 신한카드 마케팅 동의와 한도상향 동의 시 연 1%를 더 주는 식이다.

'우리페이 적금'은 우리페이 서비스의 결제계좌와 급여이체를 우리은행 계좌로 이용해야 하고, 우리페이 계좌결제서비스 이용실적이 많아야 연 5%의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이마트 국민적금' 역시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구매 누적 금액이 120만원 이상이어야 특별 이율 연 8%를 적용받을 수 있다.

다른 상품들 역시 대부분 월 납입액 상한을 10만~30만원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만기가 12개월 이내 등으로 설정돼 있다. 고금리 특판이라는 홍보와 달리 정작 이자 수준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낮은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에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이탈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매력이 부각된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자금 대이동)' 현상이 뚜렷하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15조5587억원(22.8%) 늘어난 83조712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4조5357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로, 예·적금 인기가 시들해진 은행권과 상반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은행의 예·적금 수신잔액은 761조18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9조3974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선 12조4051억원 감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주요 은행이 내놓는 특판 상품은 조건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납입금액이나 가입금액을 따져보면 연간 이자가 10만원 안팎"이라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 특판 역시 알고 보면 혜택이 적은 경우가 많지만, 은행권과 비교하면 금리가 거의 두 배 이상이기 때문에 머니무브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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