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풍선효과', 가계부채 질적 악화 '우려'
카드론 '풍선효과', 가계부채 질적 악화 '우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계대출 문턱 높인 은행···고신용자 모시는 카드사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신용 차주를 모시기 위한 카드사들의 카드론 인하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5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17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5월(-4조8000억원)과 2019년 1~5월(-3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20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 1년 동안의 2금융권 가계대출 전체 증가분(11조3000억원)과 비교해서도 6조5000억원 많은 규모다.

올해 1~5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분이 3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5월 대비 2조8000억원 늘어난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제2금융권에서의 대출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배경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정부가 규제 압박에 나섰고, 그 영향으로 은행들이 한도를 낮추거나 상품판매를 중단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실제 NH농협은행은 지난 6일 개인신용대출 최고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낮췄다. 우리은행은 5개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5%p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일부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달 1일 시행된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도 은행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DSR는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DSR 40%가 적용되는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의 DSR 규제 비율은 60%다. DSR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제2금융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두 업권 간 대출금리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 이동을 부추키고 있다. 최근 카드사들은 고신용 차주 확보를 위해 앞다퉈 카드론 최저금리를 낮추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분을 반영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는 은행권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카드론 가운데 가장 낮은 금리는 KB국민카드의 3.9%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연 3.1%)와 비교하면 차이가 1%p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제 카드론 잔액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조8740억원(9.5%) 늘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카드론 규모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로 인식되는 제2금융권 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부실리스크 또한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SR 규제 이후 실제로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2금융권으로 머니무브가 있을 거란 예측은 예전부터 있었고, 실제로 그러한 모습"이라며 "가계부채가 질적으로 악화되는 부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