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 5~8% 고금리 적금' 잇달아···"금리 변동기 유인책"
은행 '연 5~8% 고금리 적금' 잇달아···"금리 변동기 유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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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미사용 기간·결제 금액 등 조건 까다로워
은행, 역마진 우려 감수·소비자, 배보다 배꼽 클수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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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근 저금리 속에서 연 5~8%대의 고금리 특판 적금이 출시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속속 올리고 가운데 이자는 여전히 연 0~1%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역마진 우려에도 불구 금리 변동기를 맞아 고객을 선점하려는 유인책의 일환으로 이같은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주의가 요구된다. 상품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자칫 '배(이자)보다 배꼽(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비용)'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대 연 7.0%의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 더모아 적금'을 오는 30일까지 판매한다. 이 상품은 매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적립식으로 저축할 수 있는 6개월 만기 상품이다. 기본금리는 연 1.00%지만 신한카드 실적(연 5.0%p)과 마케팅 동의 여부(연 1.0%p) 등에 따라 최대 6.0%p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하지만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총족하기란 쉽지 않다. 먼저, 직전 6개월간 신한카드(신용)를 이용한 적이 없는 고객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적금가입 기간 동안 '신한 더모아(The More) 카드'로 60만원 이상을 결제해야 한다. 이 때 더모아 카드의 결제계좌는 신한은행 계좌여야 한다.

월 최대 한도인 30만원씩 저금하고, 우대금리를 모두 충족했을 때 6개월 만기시점에 고객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원금 180만원과 이자 3만1090원(세후)이다. 그 기간 동안 고객은 더모아 카드결제비로 6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달 Sh수협은행이 신한카드, SK플래닛과 손잡고 출시한 연 최대 7.9%의 '헤이!(Hey) 친구적금'도 비슷한 사례다. 이 상품은 월 1000원~30만원을 저금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 적금으로, 만기는 6개월과 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연 1.0%로 △마케팅동의 연 0.1%p △자동이체 4회(만기 6개월)·8회(12개월) 이상 납입시 연 0.4%p △신한카드 결제계좌 수협은행 지정시 연 0.4%p 등 0.9%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적금 가입 후 3개월 내 특정 카드의 실적이 2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해당 카드는 △신한 딥드림 플래티넘플러스카드(연회비 국내전용 3만원) △신한 욜로카드(국내전용 1만5000원) △신한 심플플러스카드(국내전용 1만원) 등 총 3개다.

즉, 월 30만원씩 6개월, 12개월 저금한 고객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이자는 각각 세후 3만5095원, 13만330원이다. 동시에 가입 고객은 20만원 이상을 신한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이미 해당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에게는 유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상품을 통해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직전 6개월간 신한카드를 사용한 적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상품인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KT와 지난달 내놓은 '스마트통장 x KT'는 금리를 최고 연 5% 제공하는 수시입출금통장이다. 보통 은행 수시입출금통장의 금리가 연 0%대인 점을 고려하면 이자가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이 상품 역시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0.1%고, 우대금리는 △케이뱅크 신규고객 연 0.9%p △KT 5G요금제 중 9만원 이상 '슈퍼플랜 초이스' 이용고객 연 4.0%p로 이뤄져 있다.

특히, 우대금리(최고 연 4.9%)를 모두 충족해도 적용되는 금액은 100만원 이하까지다. 예컨대, 우대금리를 모두 받은 상태에서 스마트통장에 150만원을 예치했다면 연 5.0%가 적용되는 금액은 이 중 100만원이고, 나머지 50만원에 대해서는 기본금리인 연 0.1%만 적용된다. 또 연 5.0%의 우대금리는 스마트통장 가입 후 최대 2년까지만 가능하다.

매일 최종잔액에 따라 이자 산출액이 달라지지만 연 5.0%가 적용되는 최대 잔액 100만원에 맞춰 2년간 저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4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월 9만원짜리인 KT 5G 요금제를 사용하면서 내야 하는 금액은 총 216만원이다. 이미 해당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스마트통장 가입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품일 수 있다.

예·적금으로 목돈 마련이 어려워진 시대에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고객을 겨냥한 고금리 적금은 가입기간이 매우 짧고, 납입 가능금액도 작아 금리로 인한 혜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은행·카드사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미끼상품'인 경우가 많아 가입 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신한은행 관계자는 "카드 결제를 해야 하긴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도 7% 이자를 준다는 것은 소폭이라도 역마진 우려가 있다는 건데, 그럼에도 출시한 것은 이 상품을 시작으로 활동성 고객을 늘려보겠다는 취지"라며 "10만좌 한정으로 판매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다 판매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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