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업체 '줄폐업' 현실화···"망분리 비용 수억원"
P2P업체 '줄폐업' 현실화···"망분리 비용 수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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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곳 중 78곳만 온투업 등록 심사자격
"남은 기간 동안 시스템 마련 힘들 수도"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P2P업체의 '줄폐업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내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3곳 중 2곳은 사실상 온투업 등록을 포기했으며, 적지 않은 곳이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업체들도 '제도권 금융회사'로 진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세한 곳들은 전산 인력 보강이나 수억원이 드는 망분리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2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2P업체 237곳 가운데 금융 당국의 회계법인 감사보고서 제출 요구에 응한 곳은 약 33%인 79곳에 그쳤다. 3곳 중 2곳은 기초적인 회계자료인 감사보고서도 내지 못한 셈이다. '의견 거절'을 받은 1개사를 제외하면 정상적으로 자료를 낸 곳은 78곳이다.

당국의 요구에 회신조차 하지 않은 업체는 113개사에 이른다. 이 중 8곳은 이미 폐업을 신고했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곳 중 26개사는 '영업실적 없음', 12개사는 '제출 곤란'이라고 답했다. 7개사는 제출기한 연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미회신 업체들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오는 10일까지 다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최종 미제출 업체에 대해선 대부업법에 따른 등록취소 등의 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P2P업체의 줄폐업이 현실화됐다고 보고 있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인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시행을 앞두고 이미 상당수의 업체가 온투업 등록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한 P2P업체 관계자는 "온투업 등록 준비는 하루아침에 마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한 곳은 이미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며 "차라리 대부업체로 간판을 갈아 달고 규제를 피하자는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감사보고서 제출로 심사받을 자격이 생긴 업체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제도권 금융회사'로 진입할 길이 열렸으나, 까다로운 심사가 남아있어서다.

온투업을 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준법감시인 등 내부통제장치 마련, 전산설비와 통신수단, 물적 설비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보안설비 등을 갖춰야 온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내부 자료를 보호하기 위한 망분리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수억원에 달한다. 소규모 업체가 감당하기엔 온투업 등록 문턱이 너무 높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적정의견을 받은 78곳 중에서도 정식 업체로 등록되는 곳은 10곳 안팎일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불량 업체에 돈을 넣어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함께다.

업계 관계자는 "망분리를 하는 데만 적게는 2억원가량의 돈이 들어, 소형 업체들은 시스템을 만들기조차 어려운 상황"면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해도 남은 기간 동안 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에 부치는 곳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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